인공지능(AI)이 글로벌 바이오산업의 핵심 성장축으로 부상하면서 '고비용·저효율'의 대명사이던 제약·바이오 생태계가 AI를 통해 '저비용·고효율' 시장으로 바뀔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한국바이오협회는 4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한국 바이오경제 전망' 세미나를 열고 AI 기반 바이오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산업계와 학계,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공유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AI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신약 개발의 속도와 비용, 연구 방식 자체를 바꿀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2000억달러(약 295조원) 규모의 블록버스터 의약품 특허가 만료되는 글로벌 빅 파마들이 처한 현실도 AI 도입을 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윤희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생명기초사업센터 팀장은 "AI는 초기 스크리닝 단계에서 비효율적인 후보를 조기에 제거함으로써 실패 비용을 줄인다"며 "이는 전체 파이프라인의 리스크를 낮추고 개발 주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해 생산성을 근본적으로 회복시키는 열쇠"라고 설명했다.
AI 기술의 역할이 단순히 분석 도구가 아닌 동료 과학자의 역할까지 확장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2018년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가 단백질 구조 예측의 시대를 열었다면, 현재와 미래의 AI는 복합적인 상호작용 예측과 새로운 단백질 설계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도약했다는 평가다.
윤 팀장은 "올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의 로제타 연구는 컴퓨터가 단백질 구조 예측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단백질을 설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특히 구글 리서치가 발표한 'AI 코-사이언티스트(동료 과학자)' 개념은 AI를 단순 도구가 아닌 공동 연구자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AI가 인간이 입력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수동적 역할에 그쳤던 것과 달리 앞으로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설계하며 과학적 발견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환호 퀀텀인텔리전스 대표는 AI와 양자 컴퓨팅 기술을 통해 '동물실험'과 '임상 예측' 분야에서도 혁신이 이뤄지고 설명했다. 기술을 통해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동물 데이터와 인간 임상 결과 간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실패 확률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등 선진국 규제기관들이 동물실험 의무화를 완화하고 대체 시험법을 장려하는 추세"라며 "AI와 오가노이드(장기 유사체) 기술이 결합한 새로운 규제과학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기존에는 약물이 체내에 어떻게 흡수되고 배출되는지를 알기 위해 수많은 동물을 희생해야 했지만, 이제는 양자 역학 기반의 전자분포 계산과 AI를 통해 이를 대체하는 것이 트렌드"라고 덧붙였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큰 변화가 닥치고 있는 가운데 한국형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윤 팀장은 "국내 바이오제약 생태계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업별로 분화된 전략을 넘어 산·학·연·병이 연계된 '한국형 AI 신약 개발 통합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며 "정부 차원의 고품질 데이터 인프라 구축과 전문 융합인재 양성이 필수적이다"고 지적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AI 활용이 본격화되면서 바이오산업 구조를 혁신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협회는 AI-바이오 연합을 통해 다가오는 바이오경제 시대에 대비하고 산업·정책·연구 현장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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