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플레이 스타일을 쏙 빼닮았다. 거기에 장거리포 능력까지. 남자농구 국가대표 에이스로 떠오른 포워드 이현중(25·2m1㎝)의 이야기다. 1990년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렸던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결승전. 이현중의 어머니 성정아(60·1m84㎝) 선수는 대표팀 센터 겸 포워드였다. 한국은 2m의 장신 센터 정하이샤가 버티고 있던 중국에 열세라는 예상을 깨고 77-70으로 승리, 금메달을 따냈다.
국가대항전에서는 기자들도 응원을 하며 관전하는 까닭에 현장에서 취재했던 그 감격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때 한국은 성정아의 활약이 대단했다. 성정아는 정하이샤가 키는 크지만 발이 느린 약점을 활용했다. 과감한 골 밑 돌파와 정확한 미들슛으로 만리장성을 허무는 선봉장 역할을 했다.
35년이 흐른 지난달 28일. 베이징에서 열린 2027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 1라운드 B조 중국과의 1차전은 이현중의 독무대였다. 한국은 3점슛 9개를 포함, 33점 14리바운드를 기록한 이현중의 신들린 플레이를 앞세워 80-76으로 승리했다. 이현중은 상대 수비가 거리를 두면 벼락같은 3점슛으로, 바짝 다가서면 과감한 돌파로 상대를 무너뜨렸다. 스피드를 앞세워 골 밑을 파고드는 모습은 어머니 성정아의 폼과 너무나 똑같았다. ‘피는 못 속인다’는 옛말은 틀리지 않았다.
이어 한국은 1일 강원 원주 DB프로미 아레나에서 열린 2차전에서도 이현중(20점)-이정현(26점) 콤비의 활약으로 중국에 90-76 대승을 거뒀다.
중국에서 난리가 났다. 중국 농구 유튜버들은 “농구마저 공한증에 걸린 것이냐” “중국 선수들은 몽유병 걸린 환자들 같았다”고도 했다. 중국은 저우치(2m12㎝), 후진추(2m10㎝), 장전린(2m8㎝), 쩡판보(2m7㎝) 등 장신들이 버티고 있다. FIBA 랭킹 27위, 한국은 56위.
이현중은 현재 대표팀에서는 포워드로 뛴다. 그러나 미국대학농구 1부리그 팀 데이비슨대학에서 활약할 당시에는 슈팅 가드로 뛰었다. 미 프로농구(NBA) 진출을 위한 사전 포석. 하지만 그는 대학 졸업 후 NBA 캠프에서 뜻밖의 발목 부상으로 드래프트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NBA G리그, 호주리그를 거쳐 일본리그 나가사키 벨카에서 활약 중이다.
성정아는 “현중이가 NBA에 계속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엄마 입장에서 현중이의 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끝까지 본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켜보겠다”고 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현중의 꿈이 현실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성백유 대한장애인수영연맹 회장·전 언론중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