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자연스러운 생리적 변화다. 보통 50세 전후에 발생하며, 난소 기능이 점차 소실되면서 월경이 중단되는 것을 말한다. 월경은 단순히 “끝났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이후 여성의 몸과 건강 전반에 큰 변화를 불러온다. 특히 심뇌혈관질환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성의 대표적인 호르몬은 에스트로겐이다. 몸에서 만들어지고 분비되는 에스트로겐은 혈관 확장, 항산화 작용, 동맥경화증 보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폐경 전 여성은 보통 남성에 비해 심뇌혈관질환 위험도가 낮다. 하지만 폐경이 찾아오면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급격히 줄어든다. 이보통 폐경 이후 10년간 여성의 뇌졸중 위험도는 이전보다 2배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특히 뇌졸중 중에서 지주막하출혈은 여성에서 발생률이 1.2∼1.6배 높은데, 특히 폐경 후에 발생률이 급증하게 된다.
그렇다면 폐경 이후 호르몬 치료가 뇌졸중 위험을 줄일 수 있을까. 많은 여성이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여성들이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폐경 전에는 피임을 위해서 경구 피임제를 사용하기도 하고, 난임 치료 과정에서 호르몬제를 쓰기도 하며, 폐경으로 인한 여러 증상이 심할 때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호르몬제에는 에스트로겐 성분이 들어 있는데, 우리 몸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에스트로겐과 다르게 외부에서 복용하는 경구 에스트로겐은 몸속에서 다르게 작용한다. 염증 반응을 촉진하고 혈액을 더 끈끈하게 만들어 혈전이 생기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그 결과, 에스트로겐 용량이 높은 호르몬제를 복용하면 정맥혈전이나 뇌경색 위험이 두 배가량 올라갈 수 있다. 다만 호르몬제 속 에스트로겐 양을 줄이면 이러한 위험은 낮아진다.
뇌졸중은 나이가 들수록 발생률도 높아진다. 여성은 평균 수명이 길기 때문에 초고령의 노인인구에서 뇌졸중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여러 가지 후유 장애의 위험 또한 높아진다는 의미다. 나이가 들수록 특히, 폐경 이후라면 더욱더 적극적인 건강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중환자의학과 교수 폐경 이후 뇌졸중을 예방하려면 규칙적인 운동은 필수다. 유산소 운동은 체중을 조절하고 혈압과 혈당을 안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하루 30분 이상, 주 3∼5회 정도 꾸준히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복부비만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복부 지방은 혈관에 나쁜 영향을 미쳐 동맥경화를 빠르게 진행시키기 때문이다. 식습관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염분과 포화지방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 생선, 견과류 등을 충분히 먹는 지중해식 식단은 뇌졸중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또한 흡연은 혈관 손상을 가속화하고 뇌졸중 위험을 크게 높이는 만큼 반드시 끊어야 하며, 금주도 필요하다. 여성에게 폐경은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변화다. 이 시기, 정기적인 검진과 전문의 상담을 통해 혈관 위험인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꾸준히 관리한다면, 폐경 이후에도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중환자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