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월드가 최근 김치의 맛을 재해석한 신메뉴를 선보여 눈길을 끈다.
국내 호텔 다이닝에서 김치를 전면에 내세운 메뉴 프로모션은 흔치 않은 시도다. 한국인의 일상에서 가장 친숙한 재료 중 하나인 김치는 익숙함만큼 편안한 이미지가 강하다보니 김치를 전면으로 내세운 프로모션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김치는 최근 K-푸드 열풍을 이끄는 주연이 됐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김치를 활용한 ‘발효 미식’의 깊이가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김치는 바로 먹는것뿐 아니라 볶음·숙성·찜 등 조리 방식에 따라 산미와 감칠맛, 텍스처가 폭넓게 변주되는 식재료다. 덕분에 지방·단백질·탄수화물을 모두 아우르는 맛의 스펙트럼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발효 채소 가운데에서도 유독 요리적 확장성이 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동북아시아에는 김치뿐 아니라 일본의 츠케모노나 중국의 파오차이·수안차이 같은 다양한 발효 채소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글로벌 퓨전의 영역까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사례는 김치가 거의 유일하다는 점에서 존재감이 더 뚜렷하다.
돌솥 크림 깍두기 볶음밥
김치 라구 라자냐
묵은지 들기름 파스타 이와 관련 외국인 관광객이 김치를 편하고 안전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호텔이 김치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시도는 의미가 크다. 롯데호텔월드 더 라운지앤 바와 델리카한스는 롯데호텔 전용 김치를 사용해 모던 한식과 이탈리안 퓨전 메뉴 4종을 구성했다. 반찬이 아닌 ‘메인 요리의 구성 요소’로 김치를 재해석해 ▲토핑을 고를 수 있는 김치볶음밥과 ▲크림 깍두기 볶음밥 ▲묵은지 들기름 파스타 ▲김치 라구 라자냐 등 발효의 깊이를 호텔식으로 풀어냈다. ‘베이커리 맛집’으로 불리는 델리카한스는 깍두기를 속재료로 넣은 고로케까지 선보이며 표현의 폭을 넓혔다. 이번 메뉴의 개발 배경에 대해 서동수 롯데호텔 월드 조리팀 룸서비스 헤드 매니저에게 들었다. -호텔 다이닝에서 김치를 주제로 프로모션을 기획한 것은 꽤 이례적이다. 이번 시도가 가진 전략적 의미가 있다면.
“이번 김치 신메뉴는 고객에게 롯데호텔 김치를 활용한 음식들을 가장 먼저 경험하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했다. 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발효 미식이자, 풍미가 매우 세련돼 호텔 라운지에서 품격 있게 풀어내기 좋은 테마라고 판단했다. ”
-세계적으로 김치가 ‘발효 채소 중 가장 요리적 확장성이 높다’는 평가가 있다. 셰프들의 입장에서 실제로 느끼는 김치의 확장성은 어느 정도인지.
“김치는 산미, 감칠맛, 식감의 균형이 뛰어나 다양한 조리 방식으로 요리할 수 있는 식재료다. 볶음이나 구이는 물론 파스타, 리조토 같은 서양 메뉴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셰프로서도 활용 범위가 가장 넓은 발효 음식이라고 느낀다. 특히 이번에 사용한 롯데호텔 김치는 발효도가 안정적이고 풍미가 깔끔해 다양한 메뉴에 부담 없이 적용할 수 있었다. ”
-그렇다면 롯데호텔에서 사용하는 김치는 일반 시중 김치와 어떤 점이 가장 다른가.
“롯데호텔 김치에 사용되는 모든 식재료는 100% 국내산이며, 롯데호텔만의 레시피와 숙성 노하우를 기반으로 섬세하게 만들어졌다. 특히 ‘롯데호텔 고추밭’에서 수확한 고춧가루를 사용한다는 점은 매우 큰 강점이다. 색·향·매운맛의 안정성이 뛰어나 김치 풍미를 밝고 깔끔하게 잡아주는 중요한 포인트다. 이런 요소들이 모여 호텔 김치 특유의 정제된 발효향과 안정적인 맛의 구조를 완성한다. ”
-‘롯데호텔 김치의 시그니처 맛’을 표현해주신다면?
“롯데호텔 김치의 맛은 깔끔함 속에서 깊이가 느껴지는 균형 잡힌 발효의 맛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롯데호텔의 미식 철학 즉, 좋은 재료를 롯데호텔만의 노하우로 표현한다는 원칙이 자리하고 있다. ”
-이번 메뉴 개발 과정에서 ‘김치의 발효 향과 강도’를 어떻게 조율하셨는지 소개해달라.
“메뉴 개발의 핵심은 김치 고유의 향과 산미가 과하게 튀지 않도록 강도를 단계별로 세밀하게 조정하는 것이었다. 돌솥 크림 깍두기 볶음밥은 깍두기가 지닌 자연스러운 단맛과 수분을 활용해 별도로 당이나 육수를 과하게 넣지 않아도 풍미와 식감을 살릴 수 있도록 배합을 맞췄다. ”
-시식 단계에서 가장 눈에 띈 메뉴는.
“요즘 MZ 세대들에게서 크림 깍두기 볶음밥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롯데호텔월드는 이같은 트렌드를 호텔 라운지에 맞게 보다 정제되고 균형 잡힌 방식으로 풀어냈다. 내부 시식 단계에서도 돌솥 크림 깍두기 볶음밥이 메뉴 콘셉트에 깊게 공감을 받아 좋은 반응들이 특히 많았다. ”
-요즘 메가트렌드인 K-푸드 확산 흐름 안에서 이번 메뉴가 던지는 메시지는.
“이제 K-푸드는 유행을 넘어 하나의 미식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이번 김치 신메뉴는 ‘한국 발효문화의 깊이’를 호텔의 해석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김치는 글로벌 소비자에게 이미 친숙하지만, 이번 메뉴는 그 김치를 보다 세련되고 정제된 방식으로 경험하게 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 특히 깍두기와 크림 같은 예상 밖의 조합을 통해 한국 발효 식재료의 확장성을 더욱 폭넓게 보여줄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