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습제가 필수의약품 됐다”…WHO, 아토피 치료 기준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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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습제가 필수의약품 됐다”…WHO, 아토피 치료 기준을 바꾸다
WHO, 덱세릴 크림과 동일 조성 제형을 필수약으로 채택
피에르파브르 코리아가 11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덱세릴 MD크림 동일 제형의 WHO 필수의약품 등재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피에르바브르 코리아 김융규 본부장,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 나정임 교수, 가천대학교 길병원 피부과 김현정 교수. 피에르파브르 코리아 제공
피에르파브르 코리아(대표 전현진)가 11일 서울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덱세릴 MD크림과 동일 조성의 글리세롤 15% 보습제가 WHO 필수의약품(EML)에 공식 등재된 의미를 소개했다.

이번 간담회는 WHO가 최근 발표한 제24차 개정 필수의약품 목록을 계기로 마련됐다. WHO는 매년 전 세계 국가가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의약품을 선정하는데, 올해 목록에 글리세롤 15% 보습제 제형이 포함되면서 보습제가 단순한 피부 관리 제품을 넘어 아토피 피부염 치료를 위한 ‘필수 치료 수단’이라는 점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첫 연자로 나선 가천대 길병원 피부과 김현정 교수는 “글리세롤 15% 제형이 WHO 필수의약품에 등재된 것은 피부장벽 관리의 치료적 가치를 재확인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실제 임상에서 축적된 문헌과 데이터를 소개하며 “아토피 피부염은 염증이 가라앉더라도 장벽이 회복되지 않으면 재발이 반복된다. WHO가 이 제형을 ‘필수’로 규정한 것은 보습제가 치료 과정의 핵심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평가 기준은 해외에서 의약품으로 사용되는 덱세릴 제형을 기반으로 한 것이며, 이는 덱세릴 MD크림과 동일한 조성”이라며 “이 제형이 WHO 기술보고서에 ‘참조의약품(Reference Product)’으로 명시됐다는 점이 특히 의미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필수의약품 등재 배경으로 ▲피부장벽 개선 효과 ▲전 연령 사용 가능성 ▲장기간 사용의 안전성 ▲전 세계 질환 부담 완화 필요성을 꼽았다. 그는 “전 세계 인구의 약 2% 이상이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지만, 저소득 국가에서는 기본적인 치료 접근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WHO의 판단은 접근성 위기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 나정임 교수. 피에르파브르 코리아 제공
두 번째 연자로 나선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나정임 교수는 실제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덱세릴 MD크림과 동일 제형의 임상적 의미를 짚었다.

나 교수는 “아토피 치료는 빠른 염증 억제뿐 아니라 피부장벽 회복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며 “보습제라고 다 같은 보습제가 아니다. 어떤 성분은 장벽을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어 치료 실패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글리세롤 15% 제형은 성인뿐 아니라 소아 아토피 환자에서도 장벽 관리에 효과적이어서 재발률과 스테로이드 사용량 감소에 기여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반복되는 재발을 막으려면 장벽 회복을 돕는 보습제 선택이 중요하다. 덱세릴 MD크림은 그러한 점에서 신뢰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라고 설명했다.

피에르파브르 코리아 김융규 본부장은 현장에서 “덱세릴은 프랑스를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대표적인 피부장벽 관리 제품으로 자리 잡아 왔다”며 “아토피 치료는 반드시 장벽 관리가 병행돼야 하지만 그 중요성이 종종 간과돼 왔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번 WHO 등재는 덱세릴 제형의 치료적 가치를 국제적으로 공식 인정한 것”이라며 “한국에서도 의료진과 환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덱세릴 MD크림은 2022년 국내 출시된 크림 제형 의료기기로, 피부 건조증과 장벽 손상 증상 완화를 위해 13종 최소 성분 조합을 적용한 제품이다. 일반 화장품과 달리 의료기기 기준을 충족해 안전성과 기능성을 인정받았다.

이번 WHO 필수의약품 등재로 덱세릴과 동일 조성의 제형은 아토피 피부염 관리에서 ‘국제적 표준’에 가까운 위상을 확보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국내 아토피 치료 접근성 개선과 장벽 관리 인식 확산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한다.

한편 피에르파브르는 1951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글로벌 더모코스메틱·제약 기업으로, 아벤느·더모칼·클로란 등 피부과학 기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130여 개국에 의약품과 스킨케어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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