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문(오른쪽)이 김혜성과 함께 2024시즌 KBO리그 개막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키움히어로즈 제공 함께 KBO리그를 누볐던 추억을 가슴에 품고,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서로를 마주한다.
한국 야구계에 경사가 더해졌다. 올 시즌 영웅 군단을 떠받치던 아이콘, 내야수 송성문이 미국 메이저리그(MLB) 입성에 성공했다. 올 시즌을 마치고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에 나섰던 그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손을 잡았다. 메디컬 테스트 등 절차 문제로 구단의 공식 발표는 아직이지만, 계약규모는 최소 3년 1300만달러(약 193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가올 새 시즌, 국내 팬들의 아침이 더 분주해진다.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LA 다저스)에 이어 송성문까지 추가된 화려한 빅리거 라인업을 감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네 선수가 적으로 만날 ‘히어로즈 더비’가 최고의 관심사다. 넷 모두 키움에서 한솥밥을 먹다가 2021년 김하성을 시작으로 빅리그 러시에 나섰다. 지난해 이정후-올해 김혜성이 바통을 받았고, 송성문이 다음을 준비한다. 함께 버건디 유니폼을 입던 그들은 이제 각자의 자리에서 다른 유니폼을 걸치고 각자의 추억을 재생해야 한다.
송성문(왼쪽)이 올해 초 키움의 2025 스프링캠프에서 이정후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키움히어로즈 제공
이정후(왼쪽)와 김혜성이 KBO리그 키움에서 활약하던 시절, 2023 KBO 개막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4인4색의 더비, 우선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를 주목해야 한다. 다저스,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가 모두 속해 있다. 누구보다 서로를 자주 마주하는 라이벌 사이다. 올 시즌에도 다저스-샌디에이고-샌프란시스코 사이좋게 1~3위를 나눠가졌다. 내년 역시 그 어느 팀보다 자주 그리고 치열하게 맞붙어야 한다.
2026시즌 일정은 확정됐다. 동일 지구 팀끼리는 한 시즌 13번을 맞붙는다. 송성문이 가장 먼저 마주할 옛 동료는 이정후다. 다음해 3월31일부터 홈에서 열리는 샌프란시스코와 3연전이 그가 경험할 첫 코리안 더비다. 이어 5월 19~21일에 홈에서 김혜성과 맞댈 다저스와 3연전이 준비됐다. NL 동부지구 소속인 김하성과도 총 7번 부딪힌다. 6월 23~25일에 걸친 홈 3연전이 첫 약속의 시간이다.
물론 온전한 더비가 펼쳐지려면 각자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주전으로 분류된 김하성과 이정후는 부상만 없다면 꾸준히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지만, 김혜성과 송성문은 이야기가 다르다. 둘 모두 각 팀 내야의 백업·유틸리티 역할로 시즌을 시작해야 한다. 확실한 자리를 따내야만 히어로즈 더비를 만끽할 수 있다.
김혜성이 펼칠 초호화 군단 다저스에서의 생존 경쟁만큼, 송성문의 도전기도 치열할 전망이다. 올 시즌 KBO리그 최고의 3루수였지만, 매니 마차도(3루수)-잰더 보가츠(유격수)-제이크 크로넨워스(2루수)로 이어지는 샌디에이고의 탄탄한 내야진을 비집고 들어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기대할 포인트는 있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1루수 자리를 노릴 수 있다. 크로넨워스가 1루수로 이동해 비어있는 2루를 송성문이 맡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크로넨워스는 비시즌 내내 트레이드 이슈가 따라붙는 중이다. 향후 시장 흐름에 따라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제공될 수 있는 상황이다.
송성문이 지난 9일 2025 KBO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3루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후,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