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우완 크리스 플렉센이 지난 2020년 10월14일 잠실 한화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다시 한번 마운드를 중심으로 권토중래를 꿈꾼다. 프로야구 두산이 2026시즌을 앞두고 5년 전 최강 마운드의 기억을 소환한다.
당시 투수코치를 책임졌던 김원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고, 국내 선발진의 한 축이었던 이영하와 최원준도 자유계약(FA)으로 잔류했다. 여기에 ‘가을야구 영웅’ 크리스 플렉센의 귀환까지 더해지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두산의 2025년은 아쉬움이 컸다. 이승엽 전 감독과 조성환 전 감독대행 두 수장 아래서 정규리그 9위(61승6무77패)에 그쳤다. 경쟁력이 떨어진 마운드 역시 재건이 시급하다. 팀 평균자책점 4.30으로, 10개 구단 중 6위에 머물렀다.
당초 1선발 역할을 기대했던 빅리그 출신 좌완 콜 어빈이 극심한 부진에 시달린 점이 치명적이었다. 선발진의 핵심이 무너지자 불펜 소모가 늘었고, 접전에서 버텨야 할 힘이 빠르게 고갈됐다는 평가다.
김원형 두산 감독이 지난달 23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곰들의 모임 행사에서 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새 판을 꾸렸다. 두산은 2026시즌을 준비하며 뚜렷한 테마를 택했다. KBO리그 최고 수비수 중 한 명인 박찬호 영입에 시선이 쏠렸지만, 두산이 가장 확실하게 힘을 실은 지점은 마운드다. 특히 검증된 조합을 다시 맞추는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과거 투수 파트를 이끌었던 김원형 신임 감독이 우승 사령탑으로 돌아왔다. 그는 2022년 SSG 감독으로서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KS)를 모두 제패한 바 있다.
두산은 이번 스토브리그서 집토끼 FA 이영하와 최원준을 모두 붙잡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메이저리그를 거쳐 돌아온 외국인 투수 플렉센에게 내년 팀 기둥 역할을 맡길 예정이다. 투수력을 기준으로 팀의 방향성을 다시 세우겠다는 메시지다.
이들과 함께했던 2020년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타자가 대체로 투수를 압도했던, 이른바 ‘타고투저’ 시즌으로 평가받고 있다. 두산은 이 시기 팀 평균자책점 4.31로 이 부문 리그 1위를 기록, 정규리그 3위와 KS 준우승을 일궜다.
두산 우완 이영하가 지난 9월30일 잠실 LG전 도중 아웃카운트를 잡은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 우완 최원준이 지난 9월23일 대구 삼성전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플렉센과 최원준, 이영하는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스탯티즈 기준)에서 각각 3.53, 3.18, 2.02를 기록하며 마운드의 한 축을 이뤘다.
이 가운데 투수코치였던 김 감독의 지도를 받아 ‘어린왕자’표 커브를 장착한 플렉센은 포스트시즌에서 더욱 빛났다. KS를 포함해 5경기 2승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91(28⅓이닝 6자책점)을 작성한 것. 이영하와 최원준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역할을 가리지 않는 활용도로 마운드를 지탱했다.
최근 몇해 부침이 있었지만, 두산엔 꼭 필요한 자원들이다. 김 감독 역시 올겨울 부임 직후 두 선수의 잔류를 강력하게 원했고, 바람이 이뤄졌다. 이영하는 내년 선발 재도전이 점쳐지고, 최원준은 본래의 전천후 마당쇠 보직이 기대된다.
화두는 2026시즌으로 옮겨진다. 관건은 이 조합이 옛 추억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해답으로 통할 수 있느냐다. 플렉센은 건강한 모습으로 에이스를 맡아줘야 하는 상황이다.
어느덧 팀 내 중고참 나이가 된 이영하와 최원준의 어깨도 한층 무거워졌다. 김 감독 체제 아래에서 각자의 쓰임새가 또렷해질수록 곰 군단 마운드의 윤곽도 선명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