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에 설치된 은행 ATM기를 시민들이 이용하는 모습. 뉴스1 서울에서 전세자금대출을 이용 중인 직장인 김모(38)씨는 최근 고지서를 보고 한숨부터 나왔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졌다는 뉴스와 달리, 실제 체감 금리는 되레 올라 매달 내는 이자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연말쯤이면 금리가 좀 내려갈 줄 알았는데 은행에서 나온 대출 금리는 오히려 더 올랐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가계대출 금리는 두 달 연속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통계에 따르면 11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가중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4.32%로 전월보다 0.08%포인트 올랐다. 지난 3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다시 연 4%대로 올라서며 대출자 부담을 키웠다. 11월 주담대 금리는 4.17%로 한 달 새 0.19%포인트 상승했다. 전세자금대출(3.90%)과 신용대출(5.46%)도 각각 0.12%포인트, 0.27%포인트 올랐다.
가계대출 금리 상승 폭은 지난해 11월 이후 1년 만에 가장 컸다. “금리는 곧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가 무색하게, 대출자들이 실제로 마주한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 셈이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시장 기대가 흔들린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기준금리의 향후 경로에 대한 전망이 바뀌면서 시장금리가 먼저 움직였다”며 “그 여파가 대출금리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금리 흐름을 보면 12월에도 대출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기업 대출금리도 함께 올랐다. 11월 기업대출 금리는 연 4.10%로 6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가계와 기업을 합친 전체 은행권 대출금리는 4.15%로 석 달 만에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예금금리는 더 큰 폭으로 올랐다. 저축성 수신금리는 연 2.81%로 한 달 새 0.24%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따라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1.34%포인트로 소폭 줄었지만, 이미 대출을 받아놓은 가계가 체감하는 부담은 여전히 크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가 실제 가계 이자 부담 완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있다”며 “당분간은 ‘뉴스 속 금리 인하’와 ‘통장 속 대출금리’의 괴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