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이혜훈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 후보자가 첫 출근길에서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을 “퍼펙트 스톰”과 “회색 코뿔소”라는 두 단어로 규정하며, 새로 출범한 기획예산처의 역할을 분명히 했다. 단기 처방이 아닌 구조적 대응, 예산 집행이 아닌 미래 설계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 후보자는 “지금 우리 경제는 고물가·고환율의 이중고 속에서 민생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는 퍼펙트 스톰, 중장기적으로는 인구위기·기후위기·양극화·산업 대전환·지방소멸이라는 다섯 가지 위험이 동시에 진행되는 회색 코뿔소 국면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이 후보자는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기획예산처 출범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기획예산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기획의 컨트롤타워”라며 “단기적으로 그때그때 예산을 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안목 속에서 기획과 예산을 연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불필요한 지출은 과감히 정리하고, 민생과 성장에는 적극 투자해 세금이 다시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운영 원칙도 분명히 했다. “더 멀리 보고, 더 길게 보는 기획예산처”, “기동력 있고 민첩한 조직”, “권한은 나누고 참여는 늘리며, 운영 과정은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기획예산처”를 제시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 이 목표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자 지명을 둘러싼 정치권 평가도 이어졌다. 보수 논객인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유튜브 방송에서 “민주화 이후 보기 힘든 파격적인 탕평 인사”라며 “실용과 통합을 상징하는 전격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후보자를 “강성이 아닌 부드러운 보수”로 규정하며, 정책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큰 충돌 없이 일관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반면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를 ‘배신자’로 규정하고 제명한 데 대해선 강한 비판을 내놨다. 정 전 주필은 “축하와 덕담을 건네는 게 제1야당의 태도”라며 “속 좁은 진영 논리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통합 인사에 제명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라는 평가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이 후보자 지명을 “획기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예산을 총괄하는 자리에 관료가 아닌 정치인이 임명된 것은 정부 역사상 처음일 것”이라며 “지출 구조의 대대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적절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반발에 대해서는 “너무 옹졸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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