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없던 포털 다음, 업스테이지 인수 가능성에 AI 실험장 후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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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없던 포털 다음, 업스테이지 인수 가능성에 AI 실험장 후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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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지난달 포털 ‘다음’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고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다음 인수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이번 인수는 업스테이지가 대규모 한국어 데이터와 실사용자 기반을 확보해 AI 모델 고도화와 서비스 실증에 나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업계에서는 업스테이지가 다음을 인수할 경우, 포털 사업 확대보다는 AI 모델 고도화와 서비스 실증을 위한 AI 실험장을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수십 년간 축적된 뉴스·검색·커뮤니티 데이터가 AI 학습과 테스트베드로 높은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는 점에서다.  

다음은 한때 국내 대표 포털이었지만, 최근 들어 검색과 콘텐츠 경쟁력 약화로 존재감이 크게 줄었다. 현재 국내 검색 시장에서 다음의 점유율은 3%대에 그치며, 네이버(약 63%)와 구글(약 27%)에 크게 밀린 상태다.  

검색 정확도와 개인화, 콘텐츠 연계 측면에서 경쟁력을 잃었고, 생성형 AI를 검색 서비스에 적극 도입하지 못한 점도 포털 위상 약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네이버가 ‘AI 브리핑’을 앞세워 검색에 생성형 AI를 접목하고, 구글 역시 AI 요약과 대화형 질의응답을 빠르게 확대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다음은 AI 기반 검색 전환에 사실상 뒤처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AI 검색이 기존 키워드 검색을 대체하는 국면에서 기술 변화에 적시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포털로서의 경쟁력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카카오가 다음을 비핵심 자산으로 분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가 AI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한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과정에서, 성장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는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반면, 업스테이지 입장에서는 다음의 약점이 곧 기회로 작용한다. 다음은 검색 점유율은 낮지만, 뉴스·카페·티스토리 등을 통해 수십 년간 축적된 방대한 한국어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생성·축적된 플랫폼이다. 이는 글로벌 AI 기업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고품질 로컬 데이터 자산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업스테이지가 다음을 포털 사업이 아닌 AI 학습과 서비스 실증을 위한 실험장으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단순히 학습용 데이터 확보를 넘어, 실제 이용자 반응과 사회적 맥락이 반영된 데이터를 통해 AI 모델을 고도화하고, 이를 다시 서비스에 적용해 검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업스테이지의 거대언어모델(LLM) ‘솔라’가 다음의 데이터와 결합할 경우, 학습–서비스 적용–이용자 피드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업스테이지가 다음을 통해 AI 기반 검색과 콘텐츠 서비스를 실험할 가능성이 크다”며 “링크 나열 중심의 검색을 넘어, 질문 의도를 파악해 답변을 제공하는 대화형 검색, 이른바 ‘한국판 퍼플렉시티’ 모델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주경제=백서현 기자 qortjgus0602@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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