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는 29일 첫 출근길에서 “우리 경제는 단기적으론 퍼펙트스톰 상태”라며 “불필요한 지출은 없애고 민생과 성장에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간 재정 건전성을 강조해 온 이 후보자는 이재명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대해 “그 얘기를 꼭 하고 싶다”며 별도로 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임시 집무실이 마련된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우리 경제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성장 잠재력이 훼손되는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고물가·고환율의 이중고가 민생에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논란 가운데 선 이혜훈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국민의 세금이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되게 하고, 그 투자가 또다시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전략적 선순환을 기획처가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이재문 기자 그는 한국경제가 직면한 다섯 가지 구조적 이슈로 ‘인구 위기’, ‘기후 위기’, ‘극심한 양극화’, ‘산업과 기술의 대격변’, ‘지방 소멸’을 꼽았다. 그러면서 “갑자기 어느 날 불쑥 튀어나와서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만드는 ‘블랙스완’이 아니라, 이미 우리가 모두 알고 있고 오랫동안 많은 경보가 있었음에도 무시하고 방관했을 때 치명적 위협에 빠지게 되는 ‘회색 코뿔소(Gray Rhino)’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회색 코뿔소는 미국 경제학자 미셸 워커가 2013년 사용한 표현이다. 발생 가능성이 높고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를 간과하거나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아 큰 위기나 손실이 발생하는 사건을 가리킨다.
이 후보자는 “단기적 대응을 넘어 더 멀리, 더 길게 보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기획예산처가 태어난 것”이라며 “기획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기획 컨트롤타워로서 미래를 향한 걸음을 내딛는 부처”라고 강조했다.
기획처의 방향에 대해선 “기획과 예산을 연동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단기적으로 그때그때 예산을 배정하는 게 아니라 미래 안목을 갖고 기획과 예산을 연동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의 세금이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되게 하고, 그 투자가 또다시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전략적 선순환을 기획처가 만들어내겠다”며 “더 멀리 길게 보는, 기동력 있고 민첩한 기획처, 권한을 나누고 참여는 늘리는 예산처, 그 운용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예산처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의 제명 조치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 집회 참석과 관련해선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세종=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