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이 치료의 공간이 아닌 마약 유통의 거점으로 전락한 충격적인 사건이 드러났다. 수면마취제로 사용되던 에토미데이트와 마약류 프로포폴을 수년간 불법 유통·투약해 온 병원이 경찰에 적발됐다.
대구수성경찰서는 수성구 소재 00 피부과 의원을 상대로 약 6개월간 수사를 벌인 끝에,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약사법·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병원 관계자 3명과 투약자 4명 등 총 7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간호조무사 1명과 상습 투약자 1명은 구속됐다.
구속된 간호조무사 A씨(45·여)는 약 4년간 에토미데이트와 프로포폴을 불법 판매하거나 직접 투약해 주며 약 6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을 신청해 범죄수익 전액을 환수할 방침이다.
수사 결과 A씨는 의사 명의를 도용해 에토미데이트 7000병(병당 10㎖), 프로포폴 110병(병당 50㎖)을 구매한 뒤 병원 내 창고는 물론 투약자의 주거지까지 직접 찾아가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약물 사용 사실을 숨기기 위해 진료 기록지를 허위 작성하고,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에도 거짓 정보를 입력하는 등 범행을 조직적으로 은폐해 왔다.
특히 이번 사건의 핵심에는 '에토미데이트'라는 약물이 있었다. 오·남용 우려로 '제2의 프로포폴'로 불려왔지만, 2026년 2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기 전까지는 마약류 관리 대상이 아니었다. A씨는 이 제도적 사각지대를 악용해 별도의 취급 보고 없이 대량 유통·투약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에토미데이트 유통이 어려워지자 A씨는 프로포폴로 범행을 확대했다. 불법 투약에 빠진 일부 투약자들은 전 재산을 탕진하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했지만, A씨는 범죄수익으로 고가 오피스텔과 외제 차를 구입하는 등 호화 생활을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의료행위가 치료가 아닌 이윤 추구 수단으로 변질할 경우 개인과 사회에 얼마나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병원의 공간과 의료인에 대한 신뢰가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점에서 의료체계 전반의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찰은 에토미데이트가 마약류로 지정되기 이전의 관리 공백이 범죄로 직결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신종·대체 의약품에 대해서는 마약류 지정 이전이라도 선제적 관리와 강화된 보고 체계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성경찰서는 마약 전담수사팀을 중심으로 의약품 유통 구조 분석, 의료기관 관리 강화, 범죄수익 추적을 병행해 의료 종사자 연루 마약 범죄를 구조적으로 차단해 나갈 방침이다.
영남취재본부 권병건 기자 gb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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