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연말 연휴를 앞두고 거래량이 감소한 가운데 투자자들의 차익실현과 연말 포지션 정리에 시장이 약세를 보였다는 평가다.
2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35% 오른 6905.74에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0.50% 밀린 2만3474.35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4만8461.93으로 0.51% 내렸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금과 은의 가격도 급락했다. 지난 금요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선물 계약 증거금을 대폭 올리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은 현물 가격은 간밤 거래에서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80달러를 상향 돌파한 뒤 매물이 쏟아지면서 장중 9% 넘게 떨어졌다. 금 역시 같은 흐름을 보이며 4% 이상 내렸다. 높은 레버리지를 사용하던 투자자들이 추가 증거금을 납부하는 대신 포지션을 청산하고, 대규모 차익실현 매물까지 겹치면서 낙폭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주식시장도 이러한 차익실현 매물과 반발 매수세가 이어지며 반도체, 대형 기술주, 금융업종의 부진이 지수 하락을 자극했다. 마이크론테크놀러지(+3.4%)를 제외하면 엔비디아(-1.2%), 구글 모회사 알파벳(-0.2%), 메타(-0.69%) 등 여타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의 차익 실현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필수소비재, 제약, 유틸리티, 통신 등 방어주 성향의 기업들은 견조함을 보이는 등 지수 전반적인 하락보다는 순환매 특징을 보였다는 평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차익실현을 통해 연말 수익을 확정 후 내년도 장세를 대비하려는 분위기가 조성 중"이라며 "전일 장 마감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소송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하는 등 Fed발 잡음이 다시 확산하다 보니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결과를 확인하려는 대기 수요도 점증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주 미국 비농업 고용,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몰려있는 점도 적극적인 매매를 미루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혔다. 결국 연말의 주가 흐름에는 시장 참여자들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내년 초부터 방향성을 재설정하며 매매를 재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도 미국 증시의 여파로 단기 차익실현 압력이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마이크론이 강세를 보였고,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에 머무른 점을 감안하면 신고가 경신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피가 연간 단위 역대급 강세장을 보인 근본 동인이 '이익모멘텀'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4분기 실적 시즌 기대감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높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국내 증시 움직임과 유사한 MSCI 한국 증시 상장지수펀드(ETF)는 3.01% 급등했다. MSCI 신흥지수 ETF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각각 0.26%, 0.41% 내린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 연구원은 "추후 국내 증시가 변동성에 노출되더라도 미국 인플레이션 급등이나 AI주 거품 붕괴 가능성 등 큰 틀에서 기존 전제를 바꿀만한 리스크가 확산하지 않는 이상 분할 매수 대응을 전략의 중심으로 설정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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