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AFP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안보 정책의 근간이 되는 '안보 관련 3대 문서' 개정을 본격화한다. 교도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정부가 이르면 내년 봄 전문가 회의를 설치해 여름까지 주요 내용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29일 보도했다. 개정 대상은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 정비계획으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지난해 10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개정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자민당이 내년 4월 제출할 예정인 개정 제안을 토대로 정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2027회계연도 예산 요구 절차가 8월 말부터 시작되는 점을 감안해, 방위비 증액 수요를 반영하기 위해 여름까지는 개정의 골격을 확정한다는 구상이다.
닛케이는 이번 개정 논의는 방위 정책을 경제 성장 전략과 결합시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고 분석했다. 드론과 인공지능(AI) 활용 확대 등 현대전에 대응하는 방위 정책 목표를 제시하는 한편, 방위 산업을 성장 전략의 한 축으로 명확히 위치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방위장비품 수출 규제 완화도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현재 수출 가능한 장비를 비살상 용도의 '5유형'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폐지하는 논의를 진행 중이며, 2026년 2월까지 여당 결론을 도출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이를 토대로 2026년 봄 각의 결정을 통해 제도 개편에 나설 전망이다. 수출 확대를 통해 방위산업의 생산 기반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방위비 증액 논의도 병행된다. 일본은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수준의 방위비를 국제사회에 제시해 왔지만, 유럽과 한국 등이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면서 추가 증액 압력을 받고 있다. 미국 측에서도 방위비 인상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조기에 증액 의지를 명확히 해 외교적 압박을 완화하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도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방위비를 GDP의 3.5%로 증액할 것을 요구한 가운데 주일 미군 주둔 경비의 일본 측 부담에 대한 협상도 내년에 본격화한다"면서 "일본 정부가 조기에 증액 의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압력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닛케이는 GDP 비율을 유지하더라도 방위비는 자연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명목 GDP가 확대되면서 2% 기준 금액 자체가 커지고 있고, 엔저로 인해 수입 장비의 실질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방위비를 단순한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하고 경제 성장과의 선순환을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재원 확보는 여전히 과제다. 여당은 2026년도 세제 개정을 통해 방위비 재원 마련을 위한 소득세 증세를 2027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으며, 추가 증세 여부도 향후 논의 대상이다. 과거 방위비 억제에 중점을 두던 '경무장·경제 중시' 노선에서 벗어나 방위를 성장 전략의 일부로 재정의하려는 일본의 시도가 재정 부담이라는 현실적 제약 속에서 어떤 결론에 이를지 주목된다.
아주경제=최지희 도쿄(일본) 통신원 imzheeimzhee@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