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찌민의 한 매장에 위치한 푸드 코트의 모습 [사진=베트남 통신사]
슈퍼마켓과 푸드코트를 결합한 형태의 모델이 베트남 도시 소비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는 구매력 회복이 고르지 않은 환경에서 유통업체들이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한 노력이다. 특히 식사와 체험 기능을 강화하면서 단순한 매장 확장을 넘어 슈퍼마켓의 역할 자체를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30일(현지 시각) 베트남 매체 VnExpress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의 슈퍼마켓들이 푸드코트와 제과 코너를 통합하거나 면적을 확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찌민시 안년동에 거주하는 마이안 씨 가족은 지난 2년간 주말마다 슈퍼마켓을 찾고 있다. 과거에는 한 달에 몇 차례만 방문했으나 현재는 장보기와 식사를 같은 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방문 횟수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변화는 도시 소비자의 행동 양식 변화를 보여준다. 소비자들은 이동 경로를 줄이고 한 번의 방문으로 여러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공간을 선호한다. 유통업체들은 이에 맞춰 푸드코트, 베이커리, 즉석 조리 코너를 확대하고 기술을 접목해 매장 내 체류 가치를 높이고 있다.
빈즈엉의 Co.op마트 푸드코트는 주말마다 방문객으로 붐빈다. 쇼핑 동선과 자연스럽게 연결된 식사 공간은 매장을 하나의 생활 공간처럼 느끼는 인테리어도 돋보인다.
호찌민시의 한 대형 유통업체 대표 A씨는 상품 판매만으로는 과거 수준의 순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A씨는 "기본 생필품의 이윤 폭이 줄어드는 반면 음식과 체험을 결합한 모델은 추가 지출을 이끌 수 있다"며 "서비스 다양화 없이는 대안이 많은 도시 소비자의 방문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장에서도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판반찌의 이마트 푸드코트는 주말마다 좌석이 부족하다. 즉석 음식 코너는 생산량을 늘리고 있고, 떡볶이 코너는 하루 평균 300~400인분을 판매한다. 스시 코너는 오전과 저녁 시간대에 품절되는 경우가 잦다.
사이공 꿉 마트의 응우옌 응옥 탕 부대표는 이 모델을 새로운 세대의 슈퍼마켓 형태라고 설명했다. 꿉 마트 통녓점에서 처음 적용된 이 모델은 쇼핑과 식사에 더해 로봇 안내와 셀프, 패스트푸드 코너 등 기술 체험을 포함한다. 향후 지역 수요에 맞춰 기존 매장을 조정하고 로봇 안내에 AI를 도입하며 자판기 운영도 시험할 계획이다.
외국계 유통업체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GO! 마트를 운영하는 센트럴 리테일(Central Retail)은 기존 소규모 푸드코트를 확장했다. 호찌민시 GO! 안락 매장에는 오픈 베이킹 공간을 갖춘 Bakery & Coffee 코너가 새로 들어섰다. 이 모델은 향후 3년간 10~12개 쇼핑몰과 23~25개 GO! 슈퍼마켓 개장 계획에 맞춰 확대될 전망이다.
고급 마트 시장 역시 이 흐름에 합류했다. 메나 고메 마켓(Mena Gourmet Market)은 냐베 지역에 두 번째 매장을 열며 슈퍼마켓과 다문화 푸드코트 바를 결합한 올인원 모델을 선보였다. 응우옌 득 꾸인 회장은 "고급 식품 쇼핑과 식사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고객의 재방문을 이끈다"고 밝혔다.
앞서 베트남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총 소매 판매와 소비 서비스 매출은 약 6380조 동(약 350조원)으로 전년 대비 9.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 소매는 7.9% 증가했고, 식음료 부문은 9.6%로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소비자가 기본적인 필요에 더 많은 지출을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호찌민시의 한 리테일 운영 컨설턴트 B씨는 "향후 10년간 슈퍼마켓 서비스 결합 모델이 표준이 될 것"이라며 "비필수 소비가 둔화될수록 식사와 체험은 전자상거래가 대체하기 어려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기반 시장조사 기관 인사이트 아시아(Insight Asia)는 베트남 소매 시장 규모가 약 3097억 달러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현대적 소매 채널 비중은 2005년 15%에서 현재 27%로 확대됐으며 2030년에는 35%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약 12%로 아세안에서 가장 빠르다.
한편, 베트남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베트남에는 1240개 이상의 슈퍼마켓과 250개의 쇼핑몰이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현대적 유통 채널은 전체 매출의 약 22%를 차지한다. 윈마트(WinMart), 싸인 백화(Bach Hoa Xanh), 이온(AEON), 센트럴 리테일(Central Retail), 지에스25(GS25) 등은 올해도 매장 수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시장의 매력은 여전히 크지만 경쟁 강도는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단순한 매장 수 확장보다 서비스 통합 능력과 기술 운영 역량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주경제=김혜인 베트남 통신원 haileykim0516@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