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회에서 개인 정보 유출 사태에 휩싸인 쿠팡을 대상으로 6개 상임위원회가 참석한 ‘연석 청문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진행된 청문회에서는 쿠팡 경영진의 불출석과 전날 발표된 ‘5만원 보상안’ 등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여야는 쿠팡을 대상으로 즉각적인 국정조사도 실시할 계획이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주도로 열린 연석 청문회에서는 과방위와 정무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범여권 의원 18명이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와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등을 상대로 개인정보 유출 사태 및 쿠팡의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등을 집중 질의했다. 청문회 대신 국정조사가 시급하다고 주장한 국민의힘은 이번 연석 청문회에는 불참했다.
김범석 대신 불려나온 전·현 대표 박대준 전 쿠팡 대표이사(왼쪽)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청문위원들은 김범석 쿠팡 의장의 청문회 불출석을 한목소리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의장은 지난 17일 과방위 단독으로 개최한 청문회도 불출석한 데 이어 이날도 ‘해외 체류 중이며 예정된 일정이 있다’는 이유로 재차 출석을 거부했다. 민주당 소속 안호영 기후환노위원장은 “이 사건의 최종 책임자이고 쿠팡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김 의장의 불출석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며 김 의장에 대한 고발 조치 등을 촉구했다. 안 위원장은 “쿠팡 개인 정보 유출 사고로 사실상 국민 2명 가운데 1명에 가까운 개인정보가 영향을 받았고 노동 현장에서도 5년간 약 29명의 노동자가 과로 관련 사망했다는 추정 보고가 있다”며 “쿠팡 최고책임자가 나와 사고 원인을 밝히고 재발방지를 위한 약속을 해야 함에도 출석을 회피하는 태도는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불손한 태도”라고 질타했다.
쿠팡이 발표한 ‘5만원’ 보상책을 두고도 “판촉행사냐”는 난타전이 벌어졌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3370만 계정 이용자를 대상으로 다음달 15일부터 도합 5만원 규모의 쿠팡·쿠팡이츠·트래블·알럭스 구매이용권을 지급하겠다고 전날 밝혔다.
민주당 김현정 의원은 “5만원 구매이용권 중 가장 많이 쓰는 쿠팡과 쿠팡이츠는 5000원씩에 불과하고 이름도 생소한 알럭스와 트래블 이용권이 2만원”이라며 “알럭스는 어제 오후 기준 최저가 상품이 3만원이 넘는다. 양말 한 짝도 못 사는 보상책”이라고 꼬집었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연석 청문회에서 지난 11월 제주에서 새벽배송을 하다 숨진 택배기사 오승용 씨의 누나 오혜리 씨에게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로저스 대표는 ‘더 나은 보상안을 제출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저희 보상안은 약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전례가 없는 보상안”이라며 추가 보상책 논의에 사실상 선을 그었다. 로저스 대표는 이날 ‘동시통역기’ 사용을 두고도 청문위원 측과 신경전을 벌였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로저스 대표의 개인 통역사가 지난번 청문회에서 “핵심 내용을 윤색했다”는 이유로 동시통역기 사용을 요구했으나 로저스 대표가 “개인 통역사를 사용하고 싶다”며 이의를 제기하면서다. 최 위원장이 이의 제기를 일축하면서 로저스 대표는 통역기를 착용한 채 질의에 답했다.
청문회에는 쿠팡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들의 유족도 방청석에 자리했다. 2020년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다 과로사로 사망한 고 장덕준씨의 모친 박미숙씨는 발언대에서 쿠팡 관계자들을 향해 “이 ×자식들아”라고 울분을 터트린 뒤 “제발 김범석 (의장)을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지난달 제주에서 새벽배송 업무 중 사망한 고 오승용씨의 누나 오혜리씨도 발언 기회를 얻어 쿠팡 경영진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로저스 대표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말로 죄송하다.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쿠팡의 ‘책임 회피’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여야는 국정조사를 본격 추진한다. 민주당은 이날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국민의힘도 이번 국정조사에는 동참하겠다는 계획이다. 국정조사를 실시하면 국회 의결을 통해 김 위원장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가 가능하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