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곰의 습격으로 역대 최다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지리산 반달가슴곰 개체 수가 90마리를 넘어서면서 인간과 야생동물의 ‘안전한 공존’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국립공원공단 제공 30일 NHK 등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10월 사이 일본 전역에서 포획된 곰은 9867마리로 집계됐다. 이는 일본 환경성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6년 이후 최대치다.
인명 피해도 심각하다. 지난 4월부터 11월까지 곰의 습격으로 인한 사상자는 230명으로 집계 시작 이후 최다를 기록했던 2023년 219명을 넘어섰다.
한국은 2004년부터 지리산을 중심으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추진해 왔다. 당초 2020년까지 50마리 복원을 목표로 진행했으나, 이미 2018년에 개체 수가 56마리를 넘어섰고 2025년 현재 93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연 번식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실제 개체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에서의 곰 피해 사례와 국내 반달가슴곰 개체 수 증가가 맞물리면서 등산객들 사이에서는 인명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등산 커뮤니티 등에는 “노고단 인근에서 검은 물체가 지나가는 것을 봤는데 반달곰이 아닐까 생각된다”, “곰을 마주쳤을 때 조심하면 된다고 하지만 인명 피해가 생길까 겁난다” 등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사례를 국내 상황에 대입해 과도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한국의 반달가슴곰은 서식지가 지리산과 덕유산 일부로 국한돼 있고, 개체 수도 아직 100마리 미만이기 때문이다.
30일 일본 현지매체 등에 따르면 포획된 곰의 숫자가 사상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도연합 다만 복원사업이 개체 수 증식을 넘어 ‘공존 단계’로 접어든 만큼 현실적인 안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공원공단 야생생물보전원은 최근 지리산 연하천 대피소에서 세석 대피소로 이어지는 9km 구간에 ‘베어벨(Bear Bell)’ 10대를 설치했다. 금속 소리를 기피하는 곰의 특성을 활용한 장치로, 종소리로 사람의 인기척을 알려 곰이 먼저 자리를 피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공단은 탐방객을 대상으로 대피 요령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 안전 캠페인을 확대하고 있다.
박영철 강원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반달가슴곰 복원은 단순히 곰을 살리는 것을 넘어 훼손된 한반도 생태계를 회복하는 상징적 사업”이라며 “등산객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곰 스프레이 휴대 허용 등 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야생동물과 거리를 두는 성숙한 탐방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성연 기자 y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