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브랜드는 ‘구조’부터 다르다 [브랜드 커머스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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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브랜드는 ‘구조’부터 다르다 [브랜드 커머스 시대]
많은 중소상공인들이 대형 유통 플랫폼에서 첫 판매를 시작하지만, 치솟는 광고비와 높은 수수료,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금세 한계에 부딪힙니다. 하지만 누구도 이들에게 ‘그 다음 단계’의 길을 말해주지 않습니다. 플랫폼 커머스의 한계가 분명해진 지금, 자사몰을 중심으로 독립적이고 주도적으로 브랜드를 키우려는 움직임은 ‘브랜드 커머스’라는 거대한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브랜드 커머스 시대]는 이 변화의 중심에서, 브랜드가 놓치지 말아야 할 인사이트를 전하는 전문가 기고 시리즈입니다.
▲이수모 아임웹 대표
“고객이 어떻게 이 브랜드를 알게 되었고, 왜 구매했는지 알고 계신가요?”

최근 브랜드 대표님들을 직접 만나 이 질문을 던지면, 잠시 말을 잇지 못하는 순간을 자주 마주한다. 판매는 하고 있지만 어떤 고객이 어떤 경로로 브랜드를 인지했고, 무엇이 구매를 결정하게 했는지까지는 깊이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표정이다. 그 짧은 침묵 속에는 요즘 브랜드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민이 담겨 있다. ‘팔고는 있지만, 이 브랜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확신하기 어렵다’는 상태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브랜드의 성장은 더 이상 ‘얼마나 많이 팔았냐’에 달려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판매 이후에 무엇이 축적되느냐다. 고객에 대한 이해, 재구매로 이어지는 관계, 다음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가 남아야 한다. 하지만 플랫폼을 통해 거래는 쌓여도 이런 자산은 브랜드에 충분히 남지 않는다. 광고와 프로모션을 반복하며 매출은 만들어지지만, 그 경험이 다음 성장을 위한 근거로 축적되지는 않는 것이다. 많은 브랜드가 비슷한 지점에서 성장을 멈추는 이유다.

왜 브랜드의 성장은 매번 초기화되는가
이 현상은 개별 브랜드의 역량 문제라기보다 시장 구조의 변화에 가깝다. 광고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소비자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지면은 한정돼 있다. 같은 비용을 쓰더라도 예전만큼의 성과를 내기 어려워졌다. 더 많은 유입을 만드는 전략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 시점에서 브랜드에게 중요한 질문은 “어디에서 더 많이 팔 수 있는가”가 아니라, “성장을 지속시키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로 바뀌고 있다.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 바로 ‘브랜드 커머스’다. 브랜드 커머스란 브랜드가 고객과의 관계를 자사몰을 중심으로 설계하고 그 관계를 데이터와 재구매 구조로 축적해가는 성장 방식이다. 여기서 핵심은 판매 채널의 선택이 아니라 관계가 남는 위치다.

플랫폼 커머스가 거래를 최적화하는 구조라면, 브랜드 커머스는 관계를 축적하는 구조에 가깝다. 구매 이후의 행동, 재방문, 재구매, 이탈의 이유까지 브랜드가 직접 이해하고 다음 선택을 설계할 수 있을 때, 성장은 우연이 아니라 구조가 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자사몰은 단순한 판매 채널이 아니다. 자사몰은 브랜드의 데이터와 판단이 축적되는 본진이자, 성장의 근거가 만들어지는 운영 시스템이다. 이 구조를 갖추었느냐가 브랜드 성장의 방향과 속도를 결정한다.

▲성장하는 브랜드의 자사몰 활용법
성장하는 브랜드는 무엇이 다른가
자사몰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브랜드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 일정한 패턴이 보인다. 아임웹은 지금까지 100만 개 이상의 브랜드 자사몰 운영을 지원하며, 이들의 성장과 정체의 순간을 함께 경험해왔다. 그 과정에서 분명해진 사실은 브랜드 커머스를 잘 실행하는 브랜드들은 규모나 업종을 떠나 공통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최근 잘 성장하는 브랜드일수록 제품 자체보다 운영 시스템을 먼저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감각과 상품력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어떤 데이터를 보고 어떤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하는지가 브랜드의 격차를 만든다.

첫째, 이들은 자사몰을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실험의 공간으로 활용한다. 처음부터 완벽한 기획을 만들기보다 작게 열고 반응을 확인한 뒤 빠르게 수정한다. 자사몰은 정답을 전시하는 공간이라기보다는 가설을 검증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둘째, 이들은 매출보다 재구매가 일어나는 지점을 더 집요하게 본다. 첫 구매의 크기보다 “왜 다시 돌아왔는가”, “어디에서 이탈했는가”를 중심으로 데이터를 해석한다. 고객관계관리(CRM), 콘텐츠, 물류, 고객서비스(CS)는 모두 이 질문을 기준으로 연결되고, 자사몰은 그 흐름을 확인하는 기준점이 된다.

셋째, 브랜드 경험을 마케팅의 영역이 아니라 운영의 문제로 인식한다. 이들은 브랜드 신뢰가 광고 문구나 비주얼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있다. 배송의 정확성, CS의 속도, 정책의 일관성과 같은 운영의 디테일이 브랜드 경험을 완성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이를 자사몰 운영 구조 안에서 관리한다.

이러한 공통점은 특정 기능이나 유행의 문제가 아니다. 브랜드를 ‘무엇을 파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운영하는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고 방식의 차이다. 이 차이가 자사몰 성장 전략을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

브랜드 커머스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자사몰은 플랫폼을 보완하는 하나의 채널이 아니라 브랜드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중심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광고 성과를 해석하는 기준이 되고, 고객 세그먼트를 정의하는 근거가 되며, 콘텐츠·CRM·물류 전략이 연결되는 허브가 되어야 한다. 성장 단계에 따라 자사몰의 역할도 달라진다. 초기에는 빠른 검증의 도구로, 성장기에는 재구매와 데이터 축적의 공간으로, 확장기에는 브랜드 운영 전반을 통합하는 시스템으로 기능해야 한다.

이 구조가 만들어질 때, 브랜드는 플랫폼의 정책 변화나 광고 효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스스로 성장의 근거를 해석하고 다음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이것이 브랜드 커머스가 지향하는 성장 방식이다. 그러나 이 방향성이 곧바로 현실이 되지는 않는다. 실제 현장은 아직 그 지점에 완전히 도달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여러 브랜드 대표님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플랫폼 의존에 대한 경각심 자체는 분명히 존재한다. 문제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는 데 있다. 플랫폼의 한계는 느끼고 있지만, 자사몰을 중심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해 막연해하는 경우가 많다.

시대적인 변화도 한몫 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판단 기준’이 없어서 어려운 시대다. 기술의 발전은 이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 덕분에 사이트 제작, 메시지 발송, 데이터 분석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실행의 진입장벽은 낮아졌지만, 무엇을 보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는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브랜드에게 더 중요해진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판단력이다. 여기서 말하는 판단력은 기능을 얼마나 많이 쓰느냐가 아니라 어떤 관점으로 데이터를 해석하느냐에 가깝다. 어떤 데이터를 볼 것인지,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 어디까지를 브랜드의 영역으로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기술이 아니라 브랜드의 관점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 관점은 결국 고객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가에서 비롯된다. 고객이 왜 이 브랜드를 선택했고, 무엇 때문에 다시 돌아왔는지에 대한 질문이 반복될수록 브랜드의 판단 기준은 명확해지고 정체성은 더 또렷해진다.

브랜드 커머스는 지속적인 성장을 고민하는 모든 브랜드가 반드시 마주하게 될 구조다. 이 구조를 먼저 이해하고 실행하는 브랜드가 다음 시대의 기준이 될 것이다.

[필진 소개]
-아임웹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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