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태양을 마주하려는 이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하지만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겠다는 일념으로 나선 길이라도, 영하의 날씨 속에서 장시간 기다려야 하는 새벽 해돋이는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026년 병오년 말의 해를 나흘 앞둔 28일 오전 해 뜰 무렵 전남 나주시 한 승마장에서 말들이 일출을 배경으로 콧김을 내뿜고 있다. 뉴시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해가 뜨기 직전은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낮은 때다. 이때 야외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우리 몸은 급격히 열을 빼앗겨 저체온증이나 동상 같은 한랭 질환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
아무리 두꺼운 패딩을 입었더라도 찬 바람을 정면으로 맞는 손끝, 귀, 코 등은 혈관이 수축되고 피부 조직이 상하기 쉽다. 따라서 동상과 동창을 막기 위해선 장갑, 귀마개, 목도리 등을 착용해 노출 부위를 최소화하고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땀이나 눈으로 인해 장갑·양말이 젖었다면, 지체 없이 마른 것으로 갈아신어야 체온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추위를 견디며 해를 기다리다 보면 덜덜 떨리는 저체온증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때 흔히 하는 실수가 ‘술 한 잔 마시면 몸이 따뜻해진다’며 음주를 하는 것인데 이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잠시 몸이 화끈거리는 듯한 착각이 들지만, 실제로는 혈관이 확장되면서 체온이 더 빠르게 빠져나간다. 게다가 술기운은 뇌의 중추신경계 기능을 떨어뜨려 추위에 대한 감각을 둔하게 만들고 체온 조절 능력을 마비시킬 수 있다.
해돋이 명소를 찾아 산행을 계획했다면 안전 점검은 필수다. 야간 산행이 허용된 탐방로인지 미리 확인하고, 무리한 코스보다는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는 길을 택해야 한다.
평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심혈관 질환, 천식 환자라면 복용 중인 약을 챙기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당뇨 환자는 공복 상태의 산행이나 추위로 인한 에너지 소모로 저혈당이 올 수 있으므로 가벼운 간식과 이온음료를 반드시 배낭에 넣어야 한다.
혈압 관리가 필요한 고혈압 환자 역시 숨이 찰 정도의 가파른 등산로보다는 완만한 산책 코스를 선택해 혈압 급상승을 예방하는 것이 좋다.
안전한 해돋이를 위해서는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어 보온성을 높이고, 어두운 새벽길 낙상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손전등과 아이젠 등 등산 장비를 꼼꼼히 갖춰야 한다.
이규배 고려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새벽 시간대나 고지대는 도심보다 기온이 훨씬 낮아 혈관이 급격히 수축하고 심장에 큰 무리를 줄 수 있다”며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새해 첫날 자신의 체력과 건강 상태를 과신하지 말고 알맞은 코스를 선택해야 하며, 만약의 응급 상황에 대비해 나홀로 산행보다는 일행과 함께 움직이는 것이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윤성연 기자 y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