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단위 선거에서 전통적으로 충청권은 ‘민심 풍향계’로 작용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 단위 선거인 6·3 지방선거에서도 이런 흐름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거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등장한 ‘충남대전특별시’는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치권은 어느 때보다 충청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 지역 유권자들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충족하기란 간단치 않다. 2022년 8회 지방선거에선 충청권 광역단체장을 국민의힘이 독차지했다. 그런데 2024년 22대 총선 땐 더불어민주당에 금배지를 몰아준 곳 또한 충청이다. 평가는 냉정했고 심판은 준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전·충남 국회의원 오찬 간담회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충청은 전국 선거의 승패를 가늠해볼 수 있는 핵심 승부처다. 역대 선거에선 충청을 거머쥔 쪽이 전국 판세를 주도했다. 8회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충·남북지사를 포함한 도지사 5석, 광역시장 7석을 확보했다. 민주당은 각각 4석, 1석에 그쳤다. 7회 지방선거 땐 충청권 지지를 얻은 민주당이 도지사와 광역시장을 각각 7석씩 확보한 반면,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각각 1석을 얻어 가까스로 ‘전멸’을 면했다.
지난해 6·3 조기 대선 때도 이런 경향이 뚜렷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충남에서 47.68%, 대전에선 49.5%의 득표율을 보였다. 이 대통령의 전국 득표율(49.42%)에 가장 근접한 수치였다. 역대 대통령들은 충청에서 승기를 잡고서야 청와대에 입성할 수 있었다. 이 지역이 선거철만 되면 전국 평균 민심의 바로미터로 평가받는 이유다.
이번 충청 선거는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들이 현역 프리미엄을 누리며 임하는 수성전이 성공할 것이냐, 권토중래(捲土重來)로 버텨 온 민주당 주자들의 공성전이 통할 것이냐의 싸움이다. 충청 출신인 거대 양당 대표들로서도 자존심상 결코 물러설 수 없는 ‘황산벌’이자 ‘탄금대’나 다름없는 전장이 바로 이 지역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고향은 충남 금산,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충남 보령이다. 충남 보령·서천은 장 대표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충남에서 버티고 있는 김태흠 지사를 상대로 여권에선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차출론이 제기된다. 양승조 전 지사와 박수현·복기왕 의원 등도 후보군에 거론된다. 김영환 충북지사에 맞설 여권 인사로는 임호선 의원과 도종환 전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장우 대전시장을 상대로는 민주당 박범계·장철민·장종태·조승래 의원 등이, 최민호 세종시장과 겨룰 적수로는 민주당 소속 이춘희 전 시장과 조상호 전 경제부시장이 하마평에 오른다.
민주당은 대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지방선거에서도 압승하겠단 각오다. 국민의힘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의석수에 기반한 조직력을 총동원할 태세다. 충청권 현역 의원 현황을 보면 충북 8석(민주당 5석·국민의힘 3석), 충남 10석(〃 7석·〃 3석), 대전 7석(전원 민주당), 세종 2석(민주당 1석·무소속 1석)이다.
충남·대전 통합을 위한 특별법 추진 움직임이 본격화한 것은 이 지역 선거의 새로운 관전 포인트다. 이 대통령의 주문에 민주당은 즉각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특위’를 꾸리고 황명선 최고위원을 특위 상임위원장에 임명했다.
당초 두 지역 통합을 화두로 꺼냈던 김태흠 충남지사를 비롯한 국민의힘도 지역 통합을 마다치 않는다. 다만 “지방선거용 졸속 추진엔 반대한다”며 견제구를 날리는 모습이다. 야권에선 강훈식 실장을 위한 맞춤형 지역 통합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여야의 사활을 건 ‘중원 쟁탈전’에서 충청은 어느 쪽을 향해 미소 지을 것인가. 이번 선거는 4년 전 광역단체장엔 국민의힘을, 2년 전 총선 땐 민주당을 밀어줬던 충청지역 민심의 진의를 파악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금석이자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충청 민심의 향배는 오늘도 숙고를 거듭하며 금강 줄기를 따라 묵묵히 흐르고 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