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인구 절반가량이 몰려 있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은 선거 때마다 승부의 키를 쥐는 핵심 승부처였다. 6월 치러지는 9회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면 임기 4년을 채운 뒤 2030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후보군의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 출마설이 여의도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2022년 윤석열정부 출범 후 치러진 8회 지방선거에서 서울과 인천을 석권하는 등 대승을 거뒀던 국민의힘은 수성을 노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정부 출범 1년 뒤 치러지는 지선에서 설욕을 다짐한다.
승부처의 흐름을 알기 위해 세계일보가 지난 대선 득표율과 4년 전 지방선거 광역비례대표의원 득표율을 비교 분석한 결과 서울에서는 선거 때마다 표심이 크게 요동쳤고 경기에서는 남부권역에서의 지지율이 승패를 결정하는 변수로 관측됐다.
사진=뉴스1 ◆‘대통령 2명’ 수도권… 이번에는? 1988년 민주화 이후 탄생한 9명의 직선제 대통령 중 광역자치단체장 출신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서울시장)과 이재명 대통령(경기도지사) 두 명이다. 두 사람 모두 수도권 단체장 출신이다. 수도권 단체장 선거가 지니는 무게감을 보여준다.
서울의 경우 국민의힘 소속 현직 ‘민선 4선’ 오세훈 시장의 재도전이 유력하다.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이 오 시장을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으로 불구속기소한 건 변수다. 오 시장은 “무죄가 예정된 기소”라고 반발한다. 국민의힘 내에서 오 시장의 경쟁자로는 2021년 서울시장 재보선 경선에서 오 시장과 겨뤘던 나경원 의원이 거론된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으로는 자천타천으로 최소 8명의 후보군이 거론된다. 최고위원을 사퇴하며 경선 도전에 나선 전현희 의원을 비롯해 박홍근, 서영교, 박주민, 김영배 의원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주목을 받은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당내에서 오 시장 대비 강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중도성향을 지녀 본선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는 박용진, 홍익표 전 의원 등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경기에서는 민주당 소속 현직 김동연 지사가 사실상 재선 도전을 예고한 가운데 당내 경쟁 구도가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며 도전 의사를 분명히 한 김병주·한준호 의원에 당내 최다선(6선)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외에 박정, 권칠승, 염태영 의원 등의 출마 여부가 주목된다. 국민의힘에서는 원내에서는 김성원·송석준 의원이, 원외에서는 원유철·심재철 전 의원이 거론되는 가운데 여론조사에서 당내 1위를 달리는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여부가 최대 변수다. 유 전 의원은 최근 주변에 “아직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현직 유정복 시장의 3선 도전이 매우 유력하다. 이에 맞서는 민주당에서는 원내대표를 지냈던 박찬대 의원 외에 김교흥, 맹성규, 정일영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요동치는 서울, 경기 승부처는 ‘남부’ 서울·경기·인천 광역자치단체장을 한 정당이 독식한 것은 2006년이 마지막이었다. 한 정당이 확고한 우위를 점하는 흐름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과거 투표 통계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세계일보가 지난해 5월 치러진 제21대 대선에서의 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득표율과 4년 전인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거 득표율을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통해 비교 분석한 결과 서울에서 선거 때마다 표심이 크게 요동치는 모습을 보였다. 대선 득표율은 후보 개인의 경쟁력에 더해 정당 지지율이 영향을 미치고, 광역의원 비례대표의 경우 해당 지역 유권자의 정당 선호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대선에서 5%포인트 이내의 접전을 보였던 지역은 총 5개구(성동구, 강동구, 영등포구, 송파구, 중구)였다. 송파구를 제외한 4개 구에서 민주당이 신승을 거뒀다. 3년 전 2022년 지방선거 때와는 사뭇 다른 결과다. 5개 자치구는 2022년 지방선거 광역의원 비례대표 득표율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10%포인트 넘게 이겼다.
반면 2022년 지방선거에서 정당 간 득표율 차가 작았던 자치구는 강북구, 금천구, 관악구, 은평구, 중랑구로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지역이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은 해당 선거구에서 모두 10%포인트 이상 대승을 거뒀다. 이처럼 선거 때마다 접전지가 바뀌는 것은 서울의 민심이 그때그때 현안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서울지역 의원은 “서울은 그 어떤 지역보다도 민심의 변화가 가장 큰 지역”이라고 말했다.
경기에서는 남부권역의 지지율이 선거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 100만명 이상의 기초자치단체만 3곳(수원·용인·화성)으로 이 지역에서의 승패가 전체 선거판을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남부권역에서는 2022년 지방선거와 2025년 대선 모두 접전을 벌인 지자체가 많았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경기는 오산시(여야 득표율 격차 0.21%포인트), 군포시(0.57%포인트), 성남시 수정구(0.59%포인트) 등에서 여야 득표율이 1% 포인트 이내에서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이 선거에서 여야 간 가장 큰 격차가 벌어진 지자체는 북부의 경기 가평군으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62.8%, 민주당 지지율이 33.3%였다.
지난해 대선 때에도 성남시 분당구(0.53%포인트), 여주시(2.5%포인트), 과천시(3.62%포인트) 등 남부권역에서 대체로 접전 양상을 보였다. 이때는 경기 시흥에서 민주당 57.1%, 국민의힘 33.2%로 가장 큰 격차를 보였다.
이도형·변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