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 박혜정.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새해 좋은 기운, 같이 가득하길!” 2026년 병오년, 한국 역도의 희망 박혜정(고양시청)이 새 역사를 쓰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바벨을 들어올린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에서 한국 역도 사상 처음으로 2연패이자 2개 대회 금메달을 노린다.
올림픽 무대에서 오른 한국 역도 레전드 장미란의 모습을 지켜보던 박혜정은 집을 박차고 나가 역기를 잡았다. TV 속 장면은 하루의 시작이자 꿈이었다. 피, 땀, 눈물을 흘리며 레전드의 발자취를 좇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어느덧 장미란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스무 살의 나이로 출전한 2023 세계 역도 선수권대회에서 최중량급 3관왕을 차지했다. 장미란도 이루지 못한 기록이다. 이듬해 파리 올림픽 +81kg급에 무대서 인상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중량급에서 장미란 이후 두 번째 여성 메달리스트라는 기념비를 새겼다.
롤모델을 뛰어넘는 이정표도 세웠지만 박혜정은 ‘아직’이라며 고개를 젓는다. 올림픽 금메달, 그리고 그 과정에 있는 AG 2연패 모두 놓칠 수 없다. 박혜정은 오늘도, 장미란 체육관에서 땀을 흘린다.
역도 박혜정.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박혜정은 “운동을 진심으로 한다. (이세원) 코치님이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한다”면서 “원래는 훈련 시간에 재활을 갔다. 요즘엔 재활 시간도 아까워 개인 시간에 따로 나간다. 다만 코치님이 몸 컨디션을 우선하라고 하셔서 조절하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최종근 고양시청 역도팀 감독은 “박혜정 선수는 장미란 선수와 많이 닮았다. 성실함부터 목표의식, 자기관리까지 정말 성실하다”고 설명했다. 운동선수라면 한 번쯤 부린다는 꾀조차도 없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훈련 시간도 끝을 향해 갔지만, 박혜정은 해야 할 훈련이 남아 있다며 역기 앞으로 돌아갔다. 바를 다시 잡는 손놀림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강인함만 있는 건 아니다. 딱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장난기다. 최 감독이 “재치가 넘친다”고 말할 정도다. 고양시청은 지난 12월 중순 팀 촬영을 진행했다. 이에 앞서 훈련장 앞 화이트보드엔 ‘감독님: 머리가 크시다. 사진 찍을 때 옆에 서야 함’이라고 쓰여 있었다. 범인은 박혜정이다. 덕분에 훈련장엔 웃음꽃이 핀다.
역도 박혜정.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박혜정은 “친한 사람에게 장난을 정말 많이 치는 편이다. 감독님, 코치님 모두 직급이 있으시지만, 권위보다는 친근감 있게 다가와 주신다. 그래서 더 장난치게 된다”며 “우리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 우리 주장이 (진)윤성이 오빠인데, 나이 차이에도 후배들에게 가깝게 다가와 준다. 조언도 많이 해주고 응원도 해준다. 그 덕분에 나도 에너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쉼표를 찍은 듯 보이지만, 사실 쉼은 없다. 박혜정은 현재 무릎과 허리 부상 여파로 진천선수촌 대신 고양시청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통증을 안고 지난해 10월 세계선수권과 전국체전을 연달아 치러 모두 우승했다. 몸은 버거웠지만, 꿋꿋하게 이겨냈다.
박혜정은 “시즌이 딱 끝났을 때는 많이 아팠는데, 지금은 재활 잘하고 있어서 많이 나아졌다”며 “세계선수권 직전에 몸이 엄청 좋았었다. 하지만 대회를 앞두고 통증이 올라왔고, 체류 기간이 길다 보니 더 지치는 느낌이었다. 3관왕은 했지만, 기량에 많이 미치지 못했다. 돌아보면 아쉬움 남는 한 해”라고 말했다.
역도 박혜정.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시선은 올해 9월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AG으로 향한다. 한국 역도의 새 역사를 알린다. 박혜정은 2023년 항저우 AG 여자 역도 87㎏ 이상급에서 정상에 올랐다. 한국 역도 통산 AG 3번째 금메달이자 장미란의 2010 광저우 AG 금메달이 이후 13년 만의 금메달이었다. 이번 아이치·나고야 AG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한국 역도 사상 첫 2연패이자, 유일한 2개 금메달리스트가 된다. 박혜정은 “솔직히 걱정되는 건 사실이다. 선발전부터 잘 뛰어야 한다. 부상 부위가 조금 걸리긴 한다. 아프다 보면 제대로 된 자세를 피하게 된다. 올해엔 아픔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면서 “AG에선 항저우 때처럼 메달 색깔 상관없이 하나라도 제발 따오자는 생각”이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항상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는 팬들에게도 새해 인사를 전했다. 박혜정은 “댓글 하나하나 다 읽고 있다. 답장을 못 드려서 정말 죄송하다. 그래도 그 응원 보면서 큰 힘을 받고 있다. 사실 오프라인에선 인기를 잘 즐기지 못하고 있다. 부끄러운 마음이다. 혹시 그 탓에 상처받는 팬분들이 있을까 걱정된다. 정말 쑥쓰러워 그런 것이니 이해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얼른 부상 완벽하게 회복해서 걱정 없으시게 하겠다. 또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선수답게, 좋은 성적으로 보답 드리겠다. 다른 대회에서 메달은 물론 LA 올림픽 때도 금메달 욕심을 내보겠다. 여러분도 새해 좋은 기운만 가득하시길 바란다”고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