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기자도 울린 ‘어쩌면 해피엔딩’, 새해 전국투어가 기다려 지는 이유

글자 크기
[공연리뷰] 기자도 울린 ‘어쩌면 해피엔딩’, 새해 전국투어가 기다려 지는 이유
사진=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사진, NHN링크 제공 10년이란 세월은 한 작품을 검증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로봇을 통해 가장 인간다운 질문을 던진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낡아 버려진 두 헬퍼봇이 전하는 물음 앞에서 관객은 10년간 9.8점이라는 높은 평점으로 화답해왔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기술의 발달로 낡아 버려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더 이상 쓸모없어진 이들은 퇴역 로봇들이 모여 사는 단지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고립된 삶을 살아간다. 올리버는 자신을 버린 주인을 기다리며 과거에 갇혀 있고, 클레어는 새로운 모험을 꿈꾸지만 배터리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현실에 부딪힌다.

이 두 로봇이 우연히 만나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작품은 본격적으로 가장 인간적인 감정 ‘사랑’을 탐구한다. LP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오래된 음악, 종이컵 전화기로 나누는 대화, 반딧불이를 바라보는 순간들. 미래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작품 곳곳에 배치된 아날로그적 소재들은 어쩌면 해피엔딩 특유의 서정적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윌 애런슨(작곡)과 박천휴(작가), 일명 윌휴 콤비가 만들어낸 어쿠스틱한 멜로디와 섬세한 가사는 이런 감성을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한다.

사진=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사진, NHN링크 제공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로봇을 통해 역설적으로 인간다운 관계의 가치를 성찰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올리버가 처음으로 클레어를 위해 자신의 배터리를 나눠주는 장면, 두 로봇이 함께 바라보는 도시의 야경, 그리고 마지막 선택의 순간까지, 작품은 쓸모를 넘어선 존재의 가치와 타인을 위한 희생이 무엇인지 그려낸다.

2024년 ‘어쩌면 해피엔딩’은 제78회 토니 어워즈에서 작품상·극본상·작곡작사상·연출상·무대디자인상·남우주연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토니 어워즈는 브로드웨이 공연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며 전 세계 연극과 뮤지컬의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상이다. 한국에서 창작된 뮤지컬이 브로드웨이 무대에 진출한 것 자체가 역사적 사건이지만 6개 부문 수상은 작품성을 완벽하게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기자는 공연을 보며 잘 울지 않는 편이다. 공연리뷰를 위해 메모를 쓰는 행위가 알게 모르게 기자의 몰입을 깨기도 하고, 관찰자의 입장에서 작품을 보게되는 직업적 습관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해피엔딩’은 이런 기자의 눈물샘을 터트린 작품이다. 배터리가 다 되어가는 순간에도 서로를 놓지 않는 로봇의 모습에서 관객은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커튼콜이 끝나고 극장을 나서면서도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어쩌면 해피엔딩’이라는 제목처럼 이 작품은 확실한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각자의 삶에서 이미 경험했거나 앞으로 만날 ‘어쩌면’의 순간들을 소중히 바라보게 만든다.

사진=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사진, NHN링크 제공 여러모로 시간과 티켓값이 아깝지 않은 공연이다. 올리버 역의 김재범·신성민·전성우·정휘, 클레어 역의 전미도·최수진·박지연·박진주·방민아가 열연을 펼친다. 25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한 뒤 국내 16개 지역에서 전국투어로 만나볼 수 있다.

HOT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