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분업체계 변화. [사진=국회예산정책처]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심화 등 대외 여건이 변화하는 가운데 한국 수출산업의 고부가가치화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아울러 중국의 산업 고도화 정책으로 한·중 산업 분업 체계가 약화되면서 ‘전략적 공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한·중 산업 및 무역구조 변화와 대응 방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국의 산업 고도화와 공급망 내재화로 한·중 간 수직적 분업 구조가 약화되고, 중간재·완제품 전반에서 경합 중심의 수평적 경쟁 관계로 전환됐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한국이 중국에 중간재를 공급하고, 중국은 이를 활용해 완제품을 세계에 수출하는 ‘상호 보완적 수직 분업’ 구조를 통해 동반 성장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의 한국산 중간재 수요가 구조적으로 감소하면서 10대 수출 품목 가운데 집적회로, 자동차, 자동차 부품, 평판디스플레이 모듈 등 4개 품목에서 집중적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무역특화지수(TSI)와 수출경합도(ESI)로 진단한 결과, 중국의 제조업 수출 특화 정도는 확대되며 수출이 증가한 반면 한국의 경쟁 우위는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TSI는 특정 상품의 전체 교역 대비 순수출 비중을 측정해 해당 상품의 국제 경쟁력 우위를 나타내는 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경쟁력이 높고 -1에 가까울수록 수입 의존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중국의 전 산업 TSI는 2018년 0.08에서 2024년 0.15로 약 두 배 상승하며 ‘가공·조립’ 단계에서 ‘수출 특화’ 단계로 진입했다. 반면 한국은 0.05에서 0.04로 횡보하며 수출 특화 우위를 보이지 못했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한국의 세계 시장 TSI는 2010년 0.74에서 2024년 0.62로 하락한 반면, 중국은 -0.23에서 0.51로 대폭 상승했다.
ESI 역시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지 못했다. 두 국가의 수출 상품 구조 유사도를 나타내는 ESI는 1에서 100 사이의 값을 가지며, 100에 가까울수록 양국의 수출 구조가 유사해 경쟁이 치열함을 뜻한다.
세계 시장에서 한·중 ESI는 2022년 37.4를 저점으로 반등해 2024년 39.8까지 상승했다. 특히 주력 산업의 경우 반도체 80.6, 자동차 58.6으로 체감 경쟁 강도는 더 높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차전지 역시 2023년 37.3에서 2024년 47.4로 올랐다.
중국의 기술 자립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은 대중 경쟁 심화와 시장 의존이라는 두 가지 구조적 압박을 받게 됐다. 중국의 기술 추격과 경합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첨단 공정, 차세대 메모리,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진희 예정처 경제분석관은 “한·중 산업 관계는 과거 수직적 보완 중심 구조에서 기술 격차 축소와 시장 중복 확대에 따른 구조적 경합 단계로 전환되고 있다”며 “변화된 산업 구조를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서는 기술 우위 기반의 산업 고도화, 주력 시장 다변화 및 공급망 분산, 경합과 협력을 병행하는 전략적 공존 모색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김유진 기자 ujeans@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