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 식탁이 겉으로는 풍족해 보이지만, 정작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는 빠져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비타민 A가 부족하면 눈 건조감이나 야간 시력 저하로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게티이미지 뼈 건강을 좌우하는 칼슘, 시력과 면역에 필수적인 비타민 A를 비롯해 비타민 C와 칼륨까지 주요 미량영양소 섭취가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는 분석이다. ◆줄어드는 칼슘 섭취…골다공증, ‘조용히’ 진행된다
4일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권장 섭취량을 100%로 놓고 봤을 때 실제 섭취 비율은 칼슘이 남성 68%, 여성 61%에 불과했다.
비타민 A 역시 남성 58%, 여성 61%로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비타민 C와 칼륨도 각각 남성 77%·85%, 여성 64%·68%로 전반적인 결핍 양상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를 “열량은 충분하지만 영양 밀도가 낮은 식생활의 결과”라고 진단한다.
한 영양학 전문가는 “조사 결과를 보면 에너지는 과잉에 가깝지만, 필수 미량영양소는 만성적으로 부족한 상태”라며 “중년 이후에는 이런 결핍이 곧바로 질병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 칼슘을 적정량 섭취하는 사람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성장기의 여자 청소년과 건강수명이 중요한 노년층의 칼슘 적정섭취 분율은 10%에도 못 미친다.
중년 이후 골다공증 환자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호르몬 변화와 만성적인 칼슘 부족이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칼슘 섭취 부족은 단순히 뼈가 약해지는 문제를 넘어 골절 위험 증가와 직결된다”며 “중년 여성과 고령층에서는 치료보다 예방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골다공증의 무서운 점은 증상이 거의 없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칼슘 적정 섭취자가 줄고 있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신호”라며 “관리하지 않으면 낙상이나 골절로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타민 A 부족, 시력 저하로 먼저 나타나”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칼슘이 풍부한 식품으로는 우유와 유제품, 뼈째 먹는 생선, 칼슘 강화 식품, 일부 녹색 채소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체내 흡수율이 가장 높은 식품은 우유다.
다만 유당불내증 등 소화 문제로 우유를 꺼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 경우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칼슘 강화 요거트(요구르트)와 치즈 같은 발효 유제품이다.
영양 전문가는 “칼슘은 섭취량만큼이나 흡수율이 중요하다”며 “유제품은 흡수율이 높고, 소화가 어려운 사람은 발효 유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요거트를 고를 때는 ‘칼슘 강화’ 표시뿐 아니라 당분과 포화지방 함량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곡류나 채소만으로는 칼슘을 충분히 채우기 어렵기 때문에 의도적인 식단 구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비타민 A 결핍도 간과하기 어렵다. 비타민 A는 망막에서 빛을 감지하는 로돕신 생성을 도와 시력을 유지하고, 눈 표면을 보호해 건조증과 감염을 예방한다. 면역 기능과도 밀접하게 연결된 필수 영양소다.
건강은 어느날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금의 식습관이 10년, 20년 뒤의 건강을 결정한다. 게티이미지 전문가들은 “중·장년층에서 비타민 A가 부족하면 눈의 건조감이나 야간 시력 저하로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노화로 눈 기능이 떨어지는 시기일수록 섭취에 더 신경써야한다”고 말한다. 비타민 A는 간, 달걀, 기름진 생선 같은 동물성 식품에 풍부하다. 시금치·당근 등 녹황색 채소와 과일에는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는 전구체가 들어 있다. 동물성과 식물성을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핵심이다.
◆영양제보다 식탁…“지금의 선택이 10년 뒤를 좌우한다”
칼슘과 비타민 A뿐 아니라 칼륨 부족 역시 한국인의 고질적인 문제다. 칼륨은 나트륨 배출을 도와 혈압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은 “짜게 먹는 식습관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칼륨 섭취가 특히 중요하다”며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신장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고칼륨 식품 섭취 전 반드시 전문의 상담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생활 속 식습관 개선’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영양제에만 의존하기보다 일상 식단에서 부족한 영양소를 채우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영양소는 오히려 늘어나는데, 식사량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영양 밀도가 높은 식품을 의식적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년 이후 건강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금의 식습관이 10년, 20년 뒤의 건강을 결정한다”며 “하루 한 끼라도 영양을 고려한 식사가 노년기 건강의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