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5극3특’을 축으로 한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본격화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는 선택이 아닌 한국 경제 성장의 핵심 과제가 됐다. 수도권 1극 구조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정책의 출발점이다. 지역이 스스로 성장 동력을 만들지 못하면 국가 전체의 잠재성장률도 함께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전국 지자체들이 관광산업을 지역경제 회복의 해법으로 내세우는 흐름은 자연스럽다. 제조업 유치나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고, 비교적 빠르게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광은 매력적인 선택지다. 문화·자연·축제·웰니스 등 지역이 보유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분명하다.
실제로 울산 울주군은 생활밀착형 문화예술 콘텐츠 확장을 통해 일상 속 관광을 시도하고 있고,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송도·영종·청라 국제도시를 중심으로 도시형 관광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 경남 거창군은 ‘거창 방문의 해’를 선포하며 웰니스 관광에 나섰고, 강원특별자치도와 제천시, 함안군 등도 자연·농업·계절형 콘텐츠를 결합한 관광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방식이다. 지금의 관광정책이 ‘한 번 오는 사람’을 늘리는 데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다시 찾는 사람’을 만들어 지역경제에 지속적인 소득을 남길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 빠져 있다. 관광은 단기간에 숫자로 성과를 보여주기 쉬운 산업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체류 시간과 재방문율이 성패를 가른다. 축제가 끝나면 소비도 끝나는 구조라면 관광은 해마다 예산을 투입해야 유지되는 소모성 사업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면 관광을 단순 소비 이벤트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숙박·교통·음식·체험·지역 서비스업 전반으로 파급효과가 이어질 수 있도록 산업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 관광이 일자리를 만들고, 소상공인과 지역 기업의 매출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지역 성장 전략으로서의 의미는 크게 약해진다.
더욱이 관광의 성패는 이제 국내 수요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섰다. 5극3특 전략이 지향하는 지역 거점 경제가 작동하려면 외국인 관광객을 안정적으로 끌어들이는 구조가 필수다. 이는 단순한 해외 홍보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고유의 자산을 세계인이 이해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재해석하는 과정, 즉 로컬과 글로벌을 결합하는 '글로컬 전략'이 핵심이다.
해외 사례는 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한때 관광객 급증으로 주민 삶의 질이 훼손되는 '오버투어리즘'을 겪었다. 이후 방문객 총량 관리와 생활권 보호, 동네 단위 콘텐츠 분산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관광을 키우되 도시의 일상을 해치지 않는 구조로 재설계한 것이다. 일본 교토 역시 전통문화라는 강력한 자산을 유지하면서 지역·시간 분산, 외국인 친화적 해설과 동선 정비를 통해 관광 방식을 조정하고 있다. 로컬의 질을 지키지 못하면 글로벌 관광도 지속될 수 없다는 교훈이다.
한국 지자체 관광정책도 이제 이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말하려면 다국어 안내, 결제 시스템, 교통·숙박 연계, 디지털 예약 환경 같은 기본 인프라가 전제돼야 한다. 관광은 감성의 영역이지만 실행은 철저히 시스템의 문제다. 로컬 콘텐츠만 있고 글로벌 표준이 없으면 관광은 확장되지 않는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지자체 간 각개전투식 경쟁이다. 인접 지역이 비슷한 콘셉트의 축제와 명소를 반복적으로 내놓을수록 관광객 입장에서는 선택의 이유가 흐려진다. 관광은 행정구역 단위가 아니라 이동과 체류 단위로 설계돼야 한다. 5극3특 전략 역시 개별 지자체의 성과 경쟁이 아니라 권역별 연계와 역할 분담을 전제로 할 때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관광정책을 관통하는 말이 있다. 사람은 장소를 기억하지 않고, 그곳에서 보낸 시간을 기억한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태야 한다. 로컬의 개성이 글로벌의 언어로 번역될 때 관광은 이벤트가 아니라 산업이 된다. 방문객 수만 세는 정책은 오래가지 못하지만, 체류와 재방문을 설계한 글로컬 관광은 지역의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이 된다.
새 정부가 지역경제를 국가 성장의 축으로 삼겠다면, 지자체 관광정책 역시 그에 걸맞게 진화해야 한다. 행사 중심에서 체류 중심으로, 홍보 경쟁에서 구조 설계로, 국내용 관광에서 글로컬 관광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관광은 단기 성과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핵심 산업이기 때문이다.
전운 경제부국장 전운 부국장 jw@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