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 세계일보 자료사진 윤동주(1917~1945)의 ‘서시’를 색면추상작가 이명숙은 기도하는 애절함으로 조국의 광복을 기다린 시인의 마음을 희망의 푸른 색상으로 표현했다. 1917년 윤동주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제31회 ‘시가 있는 그림전’에 출품되었던 작품으로, 최근 모기업에서 기내용 캐리어에 그림을 입혀 제작·시판하여 인기를 얻고 있다.
이명숙 作 서시 국내 내로라하는 화가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시의 이미지를 그림으로 재구성한 이색적인 전시가 눈길을 끈다. 지난해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詩가 있는 그림展’으로, 서울 강남구 청담동 갤러리 서림에서 열리고 있다. 민족시인 한용운 이상화 이육사 박용철 윤동주 심연수 함형수의 시를 10인 화가들의 그림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을 선보인다. 고(故) 박돈 화백이 특별 출품하고, 김재성 노태웅 안윤모 이명숙 이원희 임상진 정일 하석홍 황주리 작가가 참여했다.
박돈 作 광야 평소 ‘이육사의 광야’ 를 즐겨 그린 고(故) 박돈 화백은 ‘백마타고 오는 초인을 기다리는 심정’을 달리는 천마로 표현했다. 이 작품은 박 화백이 갤러리 서림의 33회 시가 있는 그림전에 출품하셨던 작품으로, 박 화백의 고향 황해도 장연을 그리워한 마음도 함께 느낄 수 있다. 광주와 담양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김재성은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멀리서 봄이 오는 작은 희망의 소리를, 절망의 구렁텅이에서도 결코 그 끈을 놓지 않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그는 철핀, 진주핀 등 옷핀으로 작업하는 작가다.
황주리 作 해바라기의 비명 황주리는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등의 저서를 출간한 문학 작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박용철 시인의 ‘연애’를 통하여 일본 강점기의 암울한 분위기를 오히려 역으로 행복과 즐거움, 희망으로 표현하고 있다. 함형수의 ‘해바라기의 비명’을 평소 즐겨 그리는데 ‘나의 무덤에는 빗돌을 세우지 말고 해바라기를 심어달라’는 시인의 애절함을 희망의 해바라기로 표현하고 있다.
정일 作 모란이 피기까지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심취하여 동화적인 분위기의 작품을 제작해온 정일은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봄 향기 가득한 꽃들을 통하여 광복을 기다리는 아름다운 마음을 화폭에 담았다.
안윤모 作 청포도 자폐아와 함께하는 전시회, 유니세프 등 많은 자선활동을 하는 안윤모는 작품 속에 동물을 의인화하여 동화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세계를 연출하고 있다. 그는 이육사의 ‘청포도’를 싱그럽고 아름다운 초록의 세계를 통해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대구에서 활동는 노태웅은 박용철 시인의 ‘떠나가는 배’를 통하여, 떠나가지만 못 잊는 마음이라 표현한 시인의 가슴 아픈 그러나 한편의 버리지 않는 희망을 그렸다.
하석홍은 심연수 시인의 ‘대지의 모색’ 을 작품으로 냈다. 시인의 심오하고 강렬한 시 세계를 추상과 극사실을 넘나드는 하석홍의 특유의 그림으로 재탄생했다. 이원희는 ‘님은 갔지만은 나는 님을 보내지 않았다’ 작품을 통해 만해 한용운의 깊은 철학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불상과 도자기 등의 그림을 따뜻하고 중후한 세계로 표현하는 임상진은 ‘한용운의 알 수 없어요’를 통해 우리 인생의 심오한 깊은 뜻과 깨달음을 노래한 만해 선생님의 시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서림이 1987년부터 해마다 여는 전시로 서른 아홉 번째다. 그간 전시회를 통하여 593편의 시를 124명의 화가가 작품으로 제작해 선보였다. 시가 있는 그림전을 기획한 김성옥 대표(시인)는 “선조들이 즐겨 그리던 전통시화는 시서화(詩書畵) 삼절(三絶)이라 하여 글(문장), 그림, 글씨(서예)가 하나로 잘 조화된 형태였지만, 유화를 많이 사용하는 현대작품으로는 글자가 오히려 회화성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아 글자가 들어가지 않고 시의 이미지를 그림으로 형상화하여 두 작품 세계가 함께 잘 수용되고 있어 반응이 좋다”며 “이 전시회의 작품들은 매년 ‘시가 있는 그림달력’으로 만들어져 그림과 시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시는 1월 14일까지.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