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ATM기. 뉴시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6%대에 굳어지면서 차주들의 숨통이 갈수록 조여오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식었고, 시장금리는 오히려 뛰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까지 겹치며 “금리는 내려갈 생각이 없다”는 신호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특히 저금리였던 2021년, 연 2%대 혼합형(5년 고정 후 변동) 주담대를 받았던 차주들은 이제 ‘금리 재산정’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당시에는 합리적인 선택이었던 대출이 5년 만에 월 상환액을 최대 100만원 이상 끌어올리는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이달 2일 기준 주담대 혼합형 금리는 연 3.94~6.24% 수준이다. 반년 전과 비교하면 하단은 약 0.7%포인트, 상단은 약 0.5%포인트 높아졌다. 주담대 변동금리 역시 하단이 오르며 연 3.77~5.87% 범위를 형성하고 있다.
금리가 쉽게 내려오지 않는 배경은 명확하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졌고, 이에 따라 미 국채금리가 상승했다. 한국 시장금리는 미국 국채금리와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여기에 은행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리면서 시장금리를 더 끌어올렸다. 실제로 주담대 혼합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반년 만에 0.6%포인트 넘게 뛰었다.
금융당국의 기조도 한몫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은행권에 대출 확대 자제를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이 20%로 상향되면서, 은행들은 같은 대출을 내주더라도 더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대출 문턱은 더 높아지고, 금리는 쉽게 내려오기 어려운 구조다.
이 여파는 숫자로 체감된다. 2021년 5억원을 연 2.3% 금리로 30년 만기 원리금 균등상환 대출을 받은 차주의 월 상환액은 약 192만원이었다. 하지만 5년 뒤 금리가 연 3.9%로 재산정되면 월 상환액은 236만원으로 44만원 늘어난다. 연간으로는 500만원이 넘는 추가 부담이다.
만약 금리가 상단인 6%대까지 오를 경우 상황은 더 급격해진다. 월 상환액은 300만원을 웃돌게 되고, 5년 전과 비교하면 매달 100만원 이상을 더 내야 한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1300만원이 넘는 소득이 이자로 빠져나간다.
금융권에서는 “저금리 시절의 대출이 이제 본격적으로 가계 재무구조를 압박하는 구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리 인하를 기다리며 버티기엔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주담대 금리 6%대가 ‘일시적 고점’이 아니라 ‘새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