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국가 운영을 당분간 미국이 직접 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는 가운데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군사력을 지렛대로 한 정책 변화 유도 방식을 언급해 혼란이 예상된다. 델시 로드리게스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통령이 이끄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미국에 얼마나 협조하느냐가 관건인 것으로 보인다.
사진=AP연합뉴스 ◆말 다른 트럼프와 루비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에서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책임지고 있다(in charge of)”고 재차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는 죽은 나라”라며 “우리는 적절한 시기에 선거를 치르겠지만 망가진 나라를 복구하는 게 주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에 매장된 석유 자원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는 “우리가 모든 것을 운영할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세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이 발언은 사실상 미국이 베네수엘라 정부를 통제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통치 의사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읽힌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run)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루비오 장관은 앞서 여러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이 직접 베네수엘라를 통치하기보다는 베네수엘라 정부에 군사력을 지렛대로 정책 변화를 유도하도록 ‘강압’(coerce)하는 방식으로 기울고 있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NBC 인터뷰에서 ‘누가 베네수엘라를 운영하냐’는 질문에 “(국가가 아니라) 정책을 운영하는 것”이라면서 “정책 목표는 베네수엘라에서 다른 무엇보다도 미국에 이로운 변화가 일어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루비오 장관은 이란 등 적대 세력 영향력 차단, 마약 밀매 중단, 석유 산업 재편 등 현안이 미국 바람대로 해결되기 전까지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원유 수출 봉쇄와 마약 운반선 공격, 제재 위반 선박 나포 등 압박이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마두로가 선택한 것과는 다른 방향을 선택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베네수엘라를 실질적으로 통치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표명한 것인지, 현 베네수엘라 정부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인지는 불확실하다. 당초 항전 의지를 보였던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이날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미국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태세를 전환했다.
“美에 협조” 입장 바꾼 부통령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통령(가운데)이 4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의 대통령실에서 열린 각료회의 중 발언하고 있다. 카라카스=EPA연합뉴스 ◆쿠바계 루비오 역할 주목 이번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의 ‘키맨’으로 루비오 장관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루비오 장관이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겸임하는 가운데 ‘베네수엘라 총독’이라는 직함까지 갖게 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실질적으로 총독 직책에 임명된다는 것보다는 루비오 장관이 베네수엘라 문제 처리에 핵심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루비오 장관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함께했으며, 앞서 로드리게스 부통령과도 통화했다. 1959년 공산주의 정권이 쿠바에 들어서기 전 미국에 이민한 쿠바계 부모를 둔 루비오 장관은 쿠바와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의 사회주의 정권에 매우 비판적이다. 그는 행정부에 몸담기 전 상원의원 시절 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위한 군 동원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은 해외 개입에 비판적인데,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작전을 행한 것 자체가 루비오 장관의 정치적 승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