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비자 보증금 대상 국가. [사진=미 국무부] 미국 국무부가 올해부터 관광비자 등으로 입국하려는 사람 중 보증금 최대 1만5000달러(약 2170만원)를 내야 하는 국가를 기존 6개국에서 13개국으로 확대했다. 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올해 1월 1일 자로 부탄, 보츠와나,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기니, 기니비사우, 나미비아, 투르크메니스탄 등 7개국을 해당 리스트에 추가했다.
이 조치는 지난해 8월 시작한 12개월 시범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당시 국무부는 비자 체류 기간을 초과하는 비율이 높고 내부 문서 보안 관리가 허술한 국가 출신 신청자에 대해 5000달러, 1만 달러, 1만5000달러 중 한 가지의 보증금을 요구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잠비아와 말라위가 작년 8월, 감비아, 탄자니아, 상투메프린시페, 모리타니가 작년 10월에 이 리스트에 포함됐다.
문제는 이들 13개국 중 부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는 아프리카 빈국들이라는 점이다. AP통신은 이들 국가 사람들이 미국 비자를 얻는 것이 너무 비싸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16달러(75만원)에 그친다. 1만5000달러 보증금은 일반인의 30년치 연봉인 셈이다.
이에 대해 미 정부 관리들은 이들 보증금이 대상 국가 국민이 비자로 허용된 기간을 초과해 미국에 체류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아준다고 강조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보증금을 낸다고 해서 비자 발급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비자 발급이 거절되거나 비자 체류 기간을 준수하고 귀국할 경우 해당 보증금은 환불된다. 또 이들 제한 국가 국민은 보스턴, 뉴욕 존 F 케네디, 워싱턴 덜레스 등 3개 공항으로만 입국해야 한다.
일부 국가는 미국인 방문객에 대해 동일한 보증금 제도를 운영하기도 했다. 서아프리카 국가 말리는 작년 10월 미국을 비난하는 한편 미국인에 대해 동일한 보증금 제도를 시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가 (보증금 제도 시행) 몇 주 뒤 말리를 (제한 국가) 리스트에서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말리는 올해 1월 1일부터 미국 입국 금지 국가 20곳에 포함됐고, 말리 정부 역시 부르키나파소와 더불어 미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현재 미국은 이란, 라오스, 소말리아, 예멘 등 40여 개국 국민에 대해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 중이다. 이들 국가 중 상당수는 자국민이 미국에서 불법 체류하는 비율이 30%에 달하거나 테러범을 지원한다는 이유가 있다고 국무부는 밝혔다. 이에 말리와 부르키나파소 등은 미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도입했다.
NYT는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미국의 자국민 추방자를 받아들이는 등 조치로 여행금지국가에서 빠졌다고 보도했다. 라이베리아가 대표적 예다. 라이베리아는 미국이 엘살바도르로 추방된 인물인 킬마르 아브레고 가르시아를 받아들이겠다는 의향을 밝힌 뒤 현재 12개월 방문비자를 36개월로 연장하는 혜택을 받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가르시아는 합법 체류 중 행정 착오로 엘살바도르로 추방됐다가 미국으로 돌아왔으며 현재는 법적 투쟁 중이다.
아주경제=이현택 미국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