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구글 딥마인드와 '피지컬 인공지능(AI)' 분야 협력을 선언하면서 AI 로봇 개발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계열사별로 로봇 개발을 나눠 맡아 생태계를 조성하고 2028년까지 연 3만대 로봇을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방침이다. 산업 현장에서는 인간과 로봇이 협력하는 모델을 구축한다. 로봇이 부품 분류나 조립 같은 정신적·신체적 피로도가 높은 작업을 맡는 대신 인간은 부가가치가 높은 역할을 수행하면서 공존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6' 미디어 간담회에서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한다기보다 (인간이) 부가가치 있는 노동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단순 반복적 작업이나 위험한 작업은 기피 현상이 있는데 이제는 로봇 관련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제조 전문성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AI 로보틱스' 생태계를 구축하고 양산 및 상용화를 추진한다. 자동차 생산 인프라와 노하우, 그룹사 기술 역량을 더한 '엔드 투 엔드(E2E) 밸류체인'이 중심이다.
현대차·기아는 제조 인프라와 공정 제어, 생산 데이터를 맡는다. 로봇 데이터 수집 및 로봇 최적화가 이뤄지는 RMAC에서는 로봇을 훈련시킨 뒤 첨단 스마트팩토리인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DF)'에 투입한다. 현대모비스는 로봇 핵심 부품인 정밀 액추에이터 개발을, 현대글로비스는 물류 및 공급망 흐름 최적화를 담당할 예정이다. 이 같은 그룹사 제조 전문성 및 글로벌 대량 생산 경험을 토대로 2028년까지 연간 3만대의 로봇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제조 혁신에 최적화한 휴머노이드 로봇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Atlas)'를 최초 공개했다. 아틀라스는 대다수 작업을 하루 안에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고, 학습한 기술은 오르빗(Orbit) 플랫폼을 통해 다른 로봇과 공유할 수도 있다. 또 4시간가량 작업 후 배터리가 부족해지면 스스로 충전소에 가서 배터리를 교체한 뒤 작업을 재개하도록 설계됐다. 56개의 자유도(DoF)를 갖춰서 대부분 관절이 완전히 회전할 수 있고 사람과 비슷한 크기의 손에 촉각 센서가 탑재했다. 360도 카메라를 활용한 주변 감지도 용이하다. -20~40도 환경에서도 문제없을 뿐 아니라 방수 기능을 갖춰서 세척도 쉽다.
로버트 플레이터 보스턴다이나믹스 최고경영자(CEO)는 "아틀라스는 '슈퍼 휴먼'"이라면서 "인간보다 더 강력하고 다양한 모션이 가능해 여러 분야를 대신할 수 있다"고 했다. 잭 잭코우스키 보스턴다이나믹스 아틀라스 개발 총괄은 "현실 (움직임)을 단순 복사하는 것을 넘어 현실의 장점을 취하되 관절이 360도 움직이는 등 어떤 부분은 더 나아지게 만들었다"고 했다.
아틀라스는 최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물건이나 차체를 들어 올리는 작업에 시험 투입됐다. 2028년부터 HMGMA에서 부품 분류를 위한 서열 작업에 도입될 계획이다. 2030년부터는 부품 조립까지 작업 범위를 넓히고, 궁극적으로 정신적·신체적 피로도가 높은 정밀 작업을 도맡는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CES에서 일상이나 근무 공간에서 쓰이는 로봇의 구체적인 모습을 제시하는 체험·시연 중심 전시를 진행한다. 아틀라스가 서열 작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차세대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 '모베드(MobED)'를 활용해 일상생활 변화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전기차 자동 충전로봇이나 협소한 공간에서 주차를 돕는 현대위아의 주차로봇 등도 시연한다.
라스베이거스(미국)=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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