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을은 아주 오래됐다. 론다 인근에 있는 쿠에바 데 라 필레타(Cueva de la Pileta) 동굴에서 동굴 벽화가 발견되어 신석기 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마을은 100m가 넘는 깊이의 협곡인 타호 델 론다를 중심으로 도시가 구성됐다. 이 도시는 켈트족, 페니키아인, 로마인, 아랍인들이 차례로 거주했고, 가톨릭 군주들이 재정복했다. 아랍 건축 양식과 중세 시대 배치를 떠올리게 하는 구시가지는 과달레빈 강의 남쪽에 펼쳐져 있다. 16세기 이후에 형성된 현대적인 도시 론다는 이 강바닥 북쪽으로 뻗어 있다. 론다는 ‘성채의 도시’라고 불린다. 천연 망루 위에 자리 잡고 있으며, 가장 접근하기 쉬운 곳은 성채로 가로막혀 보호받고 있다. 처음 마을이 형성되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역사 지구는 스페인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역사 지구로 들어가기 위해서 입구 중 한 곳인 펠리페 5세의 문 (Puerta de Felipe V)으로 가봤다. 역사 지구는 도로 바닥이며 벽, 그리고 기둥이 모두 그 당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펠리페 5세의 문. 필자 제공 론다는 3개의 유명한 다리가 있다. 아랍 다리, 구(舊) 다리, 신(新) 다리가 그것이다. 세 개의 다리는 100m가 넘는 협곡을 가로지르며 도시의 반대편 끝으로 이어진다. 아랍 다리는 14세기에 건설되어 구시가지의 입구 역할을 했다. 구교(Old Bridge)는 지름 약 10m 아치 하나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것은 누에보 다리이다. 이 다리는 시장 주변 지역과 도시를 연결하는 거대한 공학적 작품이다. 18세기에 건설된 이 다리는 협곡 기슭에 기초를 놓고, 높이는 98m, 길이는 70m에 달한다. 론다는 투우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론다 투우장은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투우장이다. 1785년 5월 박람회에서 개관했다. 신고전주의 양식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투우장에는 입구는 독특한 석조로 만들어져있다. 관중석은 두 개의 층으로 나뉘어 있으며, 매끄러운 석조 기둥과 68개의 아치가 있다. 안장 모양의 지붕은 아라비아 타일로 마감되어 있다. 6000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이 투우장은 스페인에서 큰 경기장 중 하나인데 지름이 60m가 넘는다. 론다 투우장은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 지역의 두 거장 투우 가문인 로메로 가문과 오르도네즈 가문에 헌정되기도 하였다.
누에보 다리. 필자 제공 론다 투우장에서 활동한 투우사 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페드로 로메로였다. 그는 18세기 스페인 론다 출신의 전설적인 투우사였다. 그가 활동한 기간인 28년간 무려 5600마리의 소를 잡았다고 알려졌다. 투우에 사용되는 에스토케(뾰족한 투우용 칼)와 물레타(소를 유인할 때 쓰는 붉은 천)를 대중화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페드로 로메로는 헤밍웨이의 소설인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에도 나온다. 소설에서 매력적인 투우사를 등장시켰는데, 그의 이름이 바로 페드르 로메로였다. 로메로는 이 소설의 여성 주인공인 브렛 애슐리가 사랑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묘사된다. 론다는 헤밍웨이가 사랑한 곳이었다. 그의 작품인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 론다의 여러 곳이 언급된다. 헤밍웨이는 론다에 살면서 이 소설을 썼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절벽에서의 처형 장면 역시 론다의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소설은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론다는 당시 좌파와 우파의 격전지로 민족주의자들이 처형되기도 했던 곳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우파 동조자들을 절벽에서 처형하는 장면이 묘사되는데, 이 역시 론다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론다 투우장 입구와 소 상징물. 필자 제공
페드로 로메로 상징석. 필자 제공 그런 만큼 론다에는 헤밍웨이의 이름을 딴 산책로가 있다. 파세오 데 어니스트 헤밍웨이 또는 어니스트 헤밍웨이 워크라고 불리는데, 실제로 헤밍웨이가 즐겨 걷던 곳이라고 한다. 타호 협곡의 아름다운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이 코스는 절벽 위에서 내려다보는 낭만적인 풍경이 일품이다. 론다의 헤밍웨이 길에는 그를 기리는 조각상도 있다. 한적한 도시 론다와 어울리는 골목길 풍경이 정겹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반나절이 훌쩍 지나갔다.
이은진 스페인전문가·문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