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백금(Pt) 원자를 단 하나도 낭비하지 않고 수소 생산 반응에 100% 활용할 수 있는 '극한의 촉매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자연계의 본능이라 할 수 있는 원자 간 응집 현상을 원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규명하고 제어한 성과다.
한국연구재단은 유성주 아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수소 생산 촉매의 성능을 좌우하는 백금 원자를 서로 뭉치지 않는 단일원자 상태로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술을 개발해, 촉매 효율을 이론적 한계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기존의 백금 촉매는 나노입자 형태로 널리 사용돼 왔지만, 입자 내부에 위치한 원자들은 실제 화학 반응에 참여하지 못해 효율이 낮고, 고가의 백금 사용량이 많다는 한계를 지닌다. 백금을 원자 하나 단위로 분산시키면 모든 원자가 반응에 참여할 수 있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불안정한 상태의 백금 원자들이 다시 서로 뭉치려는 성질로 인해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실제 수소 생산 반응 환경에서 백금 원자들이 응집을 시작하는 구조적 임계점을 규명했다. 실험과 이론 모델을 통해, 이 임계점을 초과하는 순간 단일원자 활성점의 수가 지수적으로 감소하며 촉매 성능이 급격히 저하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원자 하나까지 활용하는 극한 설계…1g으로 82g 효과 구현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연구진은 백금 원자가 끝까지 단일원자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설계 조건을 도출했으며, 복잡한 공정 없이 상온에서 전구체 용액을 혼합하고 열처리하는 간단한 합성법으로 고성능 촉매를 구현했다.
그 결과, 새로 개발된 촉매는 단 1g의 백금만으로 기존 나노입자 백금 촉매 82g에 해당하는 수소 생산 능력을 발휘했다. 이는 촉매 질량당 활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것으로, 최소한의 백금 사용만으로도 수소 생산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장시간 연속 구동 실험에서도 활성점 감소나 구조적 붕괴 없이 초기 성능을 그대로 유지해, 상용화를 위한 내구성 역시 확보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그린수소 생산 설비의 초기 투자 비용과 운영 비용을 동시에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성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촉매 성능 저하의 원인을 원자 수준에서 이해하고, 가장 단순하면서도 본질적인 해결 전략을 제시한 것"이라며 "고가의 귀금속 활용도를 극대화함으로써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 공정의 비용 절감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태양광 수소 생산을 위한 원자 분산 백금 촉매의 안정성 임계점 규명(Stability Thresholds of Atomically Dispersed Platinum Catalysts for Solar Hydrogen Production)"이라는 제목으로, 화학 분야 최고 권위의 전문 국제학술지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2025년 12월 17일 온라인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우수신진연구, G-램프사업, 자율운영 중점연구소지원사업과 고등기술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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