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흑백요리사2’ 임성근에 열광하는가? [함상범의 옥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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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흑백요리사2’ 임성근에 열광하는가? [함상범의 옥석]
임성근 셰프. 사진 | 임성근 SNS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흔히 형만한 아우가 없다는 속설이 있다. 늘 그런 건 아니나, 전 세계 콘텐츠를 따져봐도 형보다 나은 동생을 찾기 어렵다. 시즌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즌2다. 전작을 답습하면 시시해지고, 너무 실험적이면 집토끼를 놓친다. 시즌2의 성공 여부가 차기 시즌을 결정한다.

‘흑백요리사2’ 초반부만 하더라도 반응이 영 시원찮았다. 연이은 ‘탈락’으로 도파민을 자극했던 ‘흑백요리사’ 시즌1에 비해 캐릭터 소개에 집중한 탓에 속도도 더뎠고, 한 번 본 그림이라 흥미도 떨어졌다. “시즌1만 못하다”는 분위기였다. 5만 가지 소스를 알고 있는 임성근이 나타나기 전까진 그랬다.

시청자에겐 부끄러움으로 다가왔다. 지나치게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태도는 믿음과 동떨어져 있다. 그의 대사에 시청자의 얼굴은 알게 모르게 빨개졌다. 그저 신나는 모습이 술 취한 아빠의 괴상한 텐션을 보는 듯해 장벽이 높았다. 이런 경우 대부분 실패로 귀결되는데, 그의 요리를 본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화제의 인물 임성근 대표의 잔상이다.

임성근 셰프. 사진 | 넷플릭스
시작은 단 3초였다. 요리괴물을 잡고 있는 카메라 뒤에서 무를 깎고 있었다. 얼굴도 잘 잡히지 않았던 뒷모습, 무가 파르르르 퍼져나갔다. 마치 요리 만화와 닮았다. 특별한 장면을 단 1초도 놓치지 않는 국내 시청자들이 바로 낚아챘다. 곧 각종 커뮤니티를 돌았다. 여기저기 피어나는 웃음 속에서 진짜 고수의 향기도 전달됐다.

텐션이 폭발했다. “내가 아는 소스만 오만 가지”라는 무서운 허세가 백수저 팀의 주방을 흔들어놨다. 너도 나도 1위라 자부하는 요리사 사이에서 선배에게 주어진 롤을 가로채 소스를 맡았다. 자칫 맛이 없기라도 하면 패배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 써야 했다. 그득한 욕심쟁이로 비춰져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게 불 보듯 뻔했다. 그러나 실력으로 반전을 일으켰다. 모두가 그를 인정했다.

이후에도 강력했다. 속도와 완성도가 최정상이었다. 무생채를 킥으로 한 갈비 요리를 가장 먼저 만들어 1위를 차지한 장면은 ‘흑백요리사2’의 하이라이트다.

거장은 서바이벌을 임하는 태도부터 다르다. 다른 셰프들이 승리를 위해 싸웠다면, 임성근 셰프는 다양한 한식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뒀다. 워낙 조급하게 만들다보니 다소 투박한 맛을 내기도 했지만, 3시간 동안 그가 만든 요리는 무려 다섯 개다. 다른 셰프들이 하나 혹은 두 개의 음식으로 승부했다.

재료를 들고 뛰고 달리고, 땀을 뻘뻘 흘리다 못해 거대한 갈비를 직접 잘라내는 퍼포먼스도 보였다. 최고점을 받아야 유리한 싸움에서도 “질보다 양”이라는 괴상한 전략을 앞세웠다. 비록 최고점은 얻지 못했지만, 생사에 의미없는 도합 점수는 차원이 다른 1등이다.

임성근-윤주모 셰프. 사진 | 넷플릭스
강력한 캐릭터에 실력까지 갖췄을 뿐 아니라 모든 위기를 긍정으로 부숴버리는 그의 매력에 모두가 매료되고 있다. Olive ‘한식대첩’ 이후 다른 셰프들이 경연 방송에 출연할 때 그는 KBS1 ‘아침마당’이나 KBS2 ‘생생정보’에 출연해 한식 레시피를 소개했다. 이는 1인당 20만 원 상당의 파인다이닝 셰프들 사이에서 2~3만 원 가량의 갈비로 대중의 배를 채워주는 운영 방식하고도 궤를 같이 한다.

소탈한 방식으로 대중 곁에 다가와 웃음과 재미, 감동을 모두 주고 OTT와 걸맞지 않은 ‘채널 고정’을 외치고 화려하게 퇴장했다.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흑백요리사2’의 성공을 ‘하드캐리’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임성근을 타는 놀이터가 됐고, 그의 유튜브 채널은 매일 우상향 성장이다. ‘흑백요리사2’가 발굴한 보석, 발광만 남았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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