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장중 4600선을 넘어서고 삼성전자가 14만원대를 넘어선 7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대한민국 증시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에 들어섰다. 2026년 벽두부터 코스피 지수가 마의 45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반도체 투톱’이 지수를 견인하면서 주식 시장을 떠났던 개인 투자자들도 다시금 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52% 오른 4,525.48에 장을 마감했다. 새해 첫 거래일 4300선을 돌파한 지 단 3일 만에 4500 고지까지 점령한 것이다. 상승의 일등 공신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이날 장중 한때 13만원 선을 위협하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증권업계의 눈높이는 이미 저 멀리 가 있다. KB증권을 비롯한 주요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17~18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2026년 영업이익이 반도체 황금기였던 2018년을 훌쩍 뛰어넘는 100조 원 시대를 열 것이라는 낙관론이 지배적이다. 특히 엔비디아와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향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이 본격화되면서 “이제부터가 진짜 상승장”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3040 직장인들의 ‘상대적 박탈감’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지만, 직장인들의 표정은 엇갈린다. 반도체 종목을 보유하지 못한 투자자들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포모(FOMO)’ 현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상승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지수 상승분의 70% 가까이를 차지하는 극심한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씨(36)는 “코스피가 4500이라는데 내 계좌에 있는 2차전지나 중소형주들은 여전히 마이너스”라며 “지금이라도 삼성전자로 갈아타야 할지 점심시간마다 동료들과 토론하지만 선뜻 손이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증시 활황이 반도체 착시에 불과하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반도체와 IT 부문을 제외한 실질 경제성장률은 1%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며 부문 간 격차가 벌어지는 ‘K자형 회복’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코스피 상장사 중 절반 이상이 하락하는 날에도 삼성전자가 급등하면 지수는 오르는 기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3040 세대들에게 무분별한 추격 매수보다는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주문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분명한 호재지만, 대외 변동성과 환율 추이를 무시할 수 없다”며 “실적 뒷받침 없이 기대감으로만 오르는 종목을 걸러내는 선구안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