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진천=김용일 기자] “K-스포츠 저력을 보여줄 것.”
7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D-30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쇼트트랙·스피드 스케이팅·컬링·피겨 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는 이렇게 한목소리를 내며 결전을 기다렸다.
D-30 미디어데이는 매번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행사지만 이날은 ‘결’이 달랐다. 다소 딱딱한 분위기에서 원론적인 답변이 주를 이룬 과거와 다르게 국가대표 선수는 거침없는 말솜씨를 뽐냈다.
‘설계자’ 구실을 한 건 지난해 취임 이후 처음 올림픽을 치르는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다. 그는 전날 실무자가 준비해 둔 미디어데이 무대 콘셉트에 ‘메스’를 댔다. 전임 이기흥 회장 시절까지는 체육회장과 선수촌장, 선수단장이 무대 앞 정중앙 테이블을 차지했다. 선수는 이들 뒤에 마련한 별도 의자에 앉아 마이크를 받고 취재진 질문에 답했다. 유 회장은 “선수가 주인공”이라며 위치를 바꿀 것을 지시했다. 또 선수 공간에도 테이블을 설치하라고 했다. 체육회는 부랴부랴 무대 재설치에 돌입했다. 김선진 체육회 홍보실장은 “유 회장께서 미디어데이 취지에 맞게 무대를 조정하라고 하셨다. 직원 모두 바쁘게 움직였지만 선수 중심 행정의 연장선인 만큼 기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탁구 국가대표로 올림픽만 네 번 출전한 유 회장의 진심이 닿았을까. 무대에 오른 선수는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2018년 평창 대회 금메달 2개, 2022 베이징 대회 금메달 1개를 따낸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 최민정(성남시청)은 “믿을 수 있는 훌륭한 후배와 세 번째 올림픽을 보내게 돼 기쁘다. ‘쇼트트랙 강국’ 이미지를 지킬 좋은 기회”라고 당차게 말했다. 처음 올림픽에 도전하는 김길리(성남시청)와 두 번째 올림픽을 앞둔 이준서(성남시청)는 서로를 향해 “남자 계주 금메달 가자!”, “여자팀 파이팅”을 유쾌하게 외쳤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대들보’ 김민선(의정부시청)도 “모든 컨디션을 2월15일 여자 500m에 정조준하고 있다.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며 자신 있게 말했다. 장거리 베테랑 박지우(강원도청)는 “베이징 때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이 없었다. 이번에 우리가 강국임을 보여주겠다”고 목소리를 냈다.
김선영(강릉시청)과 컬링 믹스더블에 출전하는 정영석(강원도청)은 “아직 올림픽 컬링에서 한국의 금메달이 없다. 우리 종목이 가장 늦게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는데 이번 대회 금메달을 따고 폐막식까지 지켜본 뒤 가장 늦게 귀국하겠다”고 웃어 보였다.
25번째 동계올림픽인 밀라노·코르티나 대회는 2월 6~22일 이탈리아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 등에서 열린다. 90여 개국 5000여 명이 참가한다. 신설된 산악스키를 포함해 8개 종목, 16개 세부 종목에 총 116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직전 베이징 대회(109개)보다 7개 늘었다.
한국은 6개 종목(빙상·스키·봅슬레이스켈레톤·컬링·바이애슬론·루지)에 70여 명이 참가한다. 최종 엔트리는 1월25일 확정된다. 베이징 대회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를 따내 종합 순위 14위에 오른 한국은 빙상 외 종목 메달 획득과 더불어 금메달 3개 이상, ‘톱10 복귀’가 목표다. 베이징 땐 빙상 종목만 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이 동계올림픽에서 ‘톱10’에 든 건 2018년 평창 대회 7위(금5·은8·동4)가 마지막. 외국에서 열린 대회로는 2010년 밴쿠버 대회 5위(금6·은6·동2)가 최근 사례다.
한국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여성 선수단장으로 선임된 이수경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은 “목표를 보수적으로 잡고 싶었는데 요즘 경기력을 보니 금메달 3~4개 가능할 것 같다”며 옆에 앉은 박지우를 보고 “지우야 할 수 있지?”라고 웃었다. 박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단장은 “빙상은 물론 설상에서도 요즘 좋은 소식을 듣는다. 컬링도 경기력이 좋다”며 “준비된 카드는 많고 깜짝 스타도 기대한다. 여기 선수에게 손뼉을 쳐 달라”고 힘줘 말했다. 장내는 박수 소리로 가득했다. 밀라노를 향한 선수단의 진격이 본격화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