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VIEW 칼럼] 구글이 애플을 넘은 날, AI는 기술이 아니라 지배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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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VIEW 칼럼] 구글이 애플을 넘은 날, AI는 기술이 아니라 지배력이 됐다
GPT-51 대 제미나이3 사진게티이미지GPT-5.1 대 제미나이3 [사진=게티이미지]
새해 벽두부터 글로벌 테크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알파벳이 애플을 제치고 시가총액 2위 자리를 탈환했다. 2018년 이후 약 8년 만이다. 오픈AI의 챗GPT에 밀려 코드 레드를 선언하며 위기론을 자처했던 구글이 불과 1년여 만에 판을 뒤집었다. 그 배경에는 단순한 AI 성능 경쟁을 넘어선 플랫폼 지배력이 있다.

이번 역전극의 핵심은 구글이 오랜 시간 축적해온 플랫폼의 힘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구글의 AI 서비스 제미나이 트래픽은 전년 대비 30% 이상 급증했고 AI 시장 점유율도 18%대까지 올라섰다. 반면 독주하던 챗GPT의 트래픽은 약 20% 감소했다. 사용자가 더 이상 가장 똑똑한 AI만을 좇지 않고 일상과 업무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통합된 AI를 선택하고 있다는 뜻이다.

IT 역사는 이미 이 공식을 여러 차례 증명해 왔다. 플랫폼을 지배하는 자가 시장을 지배한다는 말은 실리콘밸리의 경험칙에 가깝다. 1980년대 PC 시장에서 기술적으로 앞서 있던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에 주도권을 내준 것도 이 때문이다. 폐쇄형 완성도를 택한 애플과 달리 마이크로소프트는 개방형 생태계로 개발자와 기업을 끌어안았다. 이후 애플은 모바일 시대에 앱스토어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하며 반격에 성공했다. 기술보다 연결 방식이 승부를 갈랐다.

AI 시장도 같은 궤적 위에 있다. 구글은 검색 유튜브 안드로이드 등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일상을 점유한 생태계를 이미 손에 쥐고 있다. 제미나이는 별도의 앱을 실행하지 않아도 검색과 운영체제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새로 학습하거나 서비스로 이동할 필요가 없는 제로 마찰 환경이다. 구글의 시총 2위 탈환은 AI 성능표가 아니라 플랫폼 설계도가 만든 결과다.

반대로 하드웨어 중심의 폐쇄성을 유지하며 AI 대응이 늦어진 애플은 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다. 혁신을 미루는 순간 지위는 비용이 된다는 인텔 전 CEO 앤디 그로브의 말은 오늘의 애플을 향한 경고처럼 읽힌다.

이 장면은 한국 기업들에도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글로벌 빅테크와의 AI 모델 성능 경쟁만으로는 승부를 보기 어렵다. 관건은 우리가 이미 보유한 자산을 AI 플랫폼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다.

한국의 강력한 제조 기반은 그 출발점이다. 현대자동차는 구글 딥마인드와 협력해 로봇과 자율주행을 아우르는 AI 로보틱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HD현대와 포스코 역시 공정 자동화를 넘어 제조 데이터를 학습한 산업 특화 AI를 플랫폼화해 전 세계 공장에 솔루션을 공급하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 단순 생산국을 넘어 산업 운영체제 제공자로의 전환이다.

가전 분야에서도 해법은 보인다. 세계 최대 가전 IT 전시회 CES 2026에서 LG전자는 가전을 단순 기기가 아닌 사용자의 맥락을 이해하는 공감지능 홈 플랫폼으로 재정의했다. 온디바이스 AI를 통해 기기 간 연결과 데이터 축적이 가능해질 때 가전 제조와 AI 기술을 동시에 갖춘 한국 기업만의 경쟁력이 완성된다.

모든 것을 직접 소유하지 않는 스마트한 연대 역시 중요하다. SK텔레콤이 주도하는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 GTAA나 네이버의 소버린 AI 전략은 플랫폼 경쟁의 또 다른 해법이다. 통신 포털 제조가 결합한 데이터 연합은 글로벌 표준 기술을 흡수하면서도 한국 산업의 노하우를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

AI 모델 개발은 이제 자본과 인프라만 갖추면 일정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상향 평준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플랫폼은 시간과 신뢰 사용자 습관이 축적돼야만 완성된다.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전략의 본질은 무엇을 하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데 있다. 지금 한국 기업들이 내려야 할 선택은 분명하다. 모델 경쟁을 좇을 것인가 아니면 사용과 지배의 구조를 설계할 것인가.

구글의 약진은 AI 기술력이 플랫폼의 파급력과 결합했을 때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를 보여준다. AI 시대의 승자는 가장 똑똑한 모델을 만든 기업이 아니라 AI가 작동하는 무대를 지배한 기업이다. 이제 질문은 기술이 아니라 전략이다.
명진규 부장 aeo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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