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던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의 각종 비위·부실 경영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외부 전문가를 포함해 대대적으로 진행한 특별감사를 통해서다. 농협중앙회장은 초호화 해외 출장은 물론 중앙회와 농민신문사에서 연간 약 7억원에 달하는 실비·수당 및 연봉을 수령하는 등 과도한 혜택을 누렸고, 범죄혐의가 있는 징계 사안에 대해 고발 여부를 판단하는 인사위원회조차 개최하지 않는 등 내부 자정 절차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해당 이미지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제작된 가상 연출 컷입니다. 사진=구글 gemini 생성 이미지 농식품부는 지난해 11월24일부터 12월19일까지 중앙회·재단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한 결과 부적절한 기관 운영 등 65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법 위반 정황이 있는 2건은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또 감사기간 부족 등으로 보완이 필요한 38건에 대해선 추가 감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특별감사는 공무원 5명이 2~3주 정도 진행하는 통상적인 감사와 달리 외부전문가(변호사 및 회계사 등) 6명 등 26명이 투입돼 대대적으로 진행됐다. 특별감사 결과를 보면 우선 부적정한 자금·경비 집행이 확인됐다. 회원조합 연체액이 2024년말 14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5월 말 18조7000억원으로 급증하는 등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돈 잔치’를 벌인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다섯 차례의 해외출장에서 모두 숙박비 상한(250달러)을 초과해 집행(1박당 50만~186만원)했다. 초과 집행된 액수만 4000만원에 달했다. 특히 1박에 상한선보다 186만원을 더 지불했을 때는 해외 5성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묵었다고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했다. 하루 200만원이 넘는 돈을 숙박비로 지출한 셈이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연합뉴스 중앙회가 지역 농협의 균형 발전 등을 위해 이자없이 빌려주는 ‘무이자자금’의 경우 이사조합(조합장이 중앙회 이사로 재임 중인 회원조합) 등 특정조합에 지원이 집중됐다. 또 비상임 이사·감사, 조합감사위원 등에 대해 정기적으로 지원하는 활동수당(월 300만~400만원) 외 특별한 활동을 하는 경우 지급하는 특별활동수당 역시 활동내역 등 확인·점검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매년 2회 정기적으로 지급됐다. 추가 감사가 필요한 사안으로 분류됐지만, 임원에 대한 과도한 혜택도 확인됐다. 농협중앙회장의 경우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하고 있는데 중앙회에서 매년 3억9000만원의 실비·수당을, 농민신문사에서 3억원이 넘는 연봉과 퇴직금(전임 회장 3억2300만원)을 수령하고 있었다. 이 밖에 중앙회 퇴직공로금도 3억2300만원(전직 회장), 직책수당과 상여금 성격의 직상금 규모도 2024년 기준 중앙회장 10억8400만원, 전무이사 1억8300만원, 감사위원장 2900만원에 달했다. 정부는 농협중앙회장의 퇴직공로금 수령 등의 적정성 여부와 함께 농협중앙회장을 포함한 임원 등이 별다른 제한 없이 집행하는 직상금의 타당성 및 집행실태 역시 검토할 계획이다.
정부 아울러 2022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모든 조합장에게 220만원 상당의 휴대폰이 지급된 점도 확인해 추가 사실관계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8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부 모습. 연합뉴스 방만하고 책임 없는 경영도 드러났다. 농협경제지주는 2024년 81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음에도 지난해 1월 상근 임원 특별성과보수를 지급했고, 중앙회는 지난해 9월 농협학원에 15억9200만원을 지원하면서 특정인에 대한 초빙교원 인건비 명목으로 720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추가 감사를 벌일 계획이다. ‘제 식구 감싸기’도 여전했다. 2022년 이후 중앙회가 징계한 21건 중 6건은 위력에 의한 성추행 등 범죄혐의가 의심됐지만 고발 여부를 심의하기 위한 인사위원회가 개최되지 않아 결국 고발되지 않았다. 또 여성이 피해자인 성희롱 관련 비위행위임에도 인사위원회가 남성으로만 편향적으로 구성된 사실도 드러났다. 아울러 농협중앙회(인사총무팀)에서 검토한 징계수위가 100% 그대로 반영되는 등 징계 절차도 형식적이었다.
부적정한 계약도 특별감사 결과 드러났다. 농협중앙회 계약규정상 물품 구매, 용역 등은 일반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퇴직자 단체가 출자한 특정 용역업체와 관행적으로 수의계약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 특정 컨설팅업체와 일반자문 범주로 보이는 상시경영자문 계약을 제한경쟁입찰을 통해 반복 체결하고, 계약목적에 맞지 않는 과제를 선정해 추진한 사실도 확인됐다.
농협재단은 전문계약직 신규채용에 필요한 절차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이사장 단독 지명으로 사무총장(전문계약직)을 채용하면서 경력증명서 등 각종 증빙서류를 제대로 징구하지 않았다. 아울러 회원조합을 통해 기부물품을 지원하면서 구체적인 지원대상을 정하지 않은 것은 물론 기부물품이 농업인 등에게 목적에 맞게 전달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농협중앙회.농협재단 특별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이와 함께 농협중앙회 임직원 형사사건에 대한 변호사비 지급 의혹, 농협재단 임직원 배임 의혹 2건은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이 중 중앙회 임직원 형사사건은 개인 비위와 관련된 것으로, 공금 3억2000만원이 유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특별감사에 참여한 외부전문가들은 중앙회의 부정 및 금품 선거가 각종 비위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외부감사위원으로 참여한 하승수 변호사는 “농협중앙회와 단위조합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의 근본 원인은 선거 제도에 있다는 것이 외부감사 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면서 “현재 농협 선거는 ‘돈을 불법적으로 써도 공소시효 6개월만 지나면 된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는 그러면서 “돈이 많이 들어가는 선거이다 보니 자금 조달을 위해 비위나 선거에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자리를 나눠주는 행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면서 “금권선거를 근절하지 않으면 농업개혁은 불가능한 만큼 농협중앙회와 단위조합 선거 제도의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