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치권 반대에도 '은행 주도' 스테이블코인 법안 밀어붙이기

글자 크기
정부, 정치권 반대에도 '은행 주도' 스테이블코인 법안 밀어붙이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가상자산 2단계 법안(디지털자산기본법)을 두고 정부와 여당 간에 불협화음이 발생했다. 정부가 ‘은행이 지분을 50% 초과 보유한 컨소시엄’에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수하면서다. 당정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새해에도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는 지지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디지털자산기본법안 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인 인가 요건을 두고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USD)나 원(KRW) 등 특정 통화에 가치가 고정된 가상자산이다. 실제 화폐와 사실상 같은 가치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쉽고 빠르게 거래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금융위는 법안에 발행인 인가 요건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입법 과정에서 추가 논의해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반영하는 방안을 최근 여당에 전달했다. 도입 초기에는 은행이 과반 지분을 보유한 컨소시엄에 스테이블코인 발행만 허용하고 추후 기술기업 등으로 범위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여당 의원들로 구성된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제한에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것이다. 여당은 그간 은행 주도 컨소시엄에만 인가를 내어주는 방안에 반대해 왔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마련해 온 조율 방안도 여당 측 생각과 차이가 있는 것이다. 여당 측은 해당 내용을 설명한 금융위 관계자에게 반대 의사를 재차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정부안 도출이 늦어지는 데 더해 당정 간 불협화음도 발생하면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처리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목표로 제시한 작년 말은 이미 지났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언급한 1분기마저 넘길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앞서 이 위원장과 이 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해당 법안에 대해 각각 ‘연내 국회 제출’과 ‘1분기 정부안 마련’을 제시한 바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논의를 차치하더라도 관계기관 합의기구 설립, 최소 자기자본 요건도 쟁점으로 남아 있다. 정부는 관계기관 합의기구를 협의체 형태로 만들고 최소 자기자본 요건을 ‘50억원 이상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으로 법제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더해 금융위가 가상자산거래소 지배구조 개편, 해킹 등 사고 시 책임 강화 등의 내용을 국회에 보고한 것도 향후 논의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지배구조 개편은 업계가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논의가 길어지면서 금융권을 중심으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도 심해지고 있다. 이미 국내외 가상자산거래소에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유럽이나 일본 등 다른 국가에서도 해당국 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등 주요 내용은 확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아주경제=장문기 기자 mkmk@ajunews.com

HOT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