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해상의 유조선 .AFP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석유 자원에 대한 ‘무기한 통제’를 선언하며 자국 석유 대기업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총대를 메야 할 기업들은 “확실한 보증 없이는 1달러도 쓸 수 없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거 자산을 통째로 뺏겼던 ‘국유화의 악몽’이 여전히 생생하기 때문이다.
현지 시각 7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셰브론과 엑손모빌 등 미 석유 공룡 경영진들은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베네수엘라 투자 촉구를 받았으나 강력한 법적·재정적 보장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기업들이 투자하면 정부 차원에서 보상하거나 판매 수입으로 메워주겠다”며 ‘당근’을 제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에너지 투자는 최소 3년 이상의 대규모 자금 투입이 선행되어야 수익이 발생한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낸 아모스 호크스타인은 “막상 돈을 벌 시점이 되면 트럼프는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닐 것”이라며 “차기 정권에서도 이 계약이 보호받을 수 있는지, 지금의 베네수엘라 정부를 정당한 계약 상대방으로 볼 수 있는지조차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7년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단행한 ‘석유산업 국유화’는 여전히 미 기업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당시 엑손모빌과 코노코필립스는 현지 자산을 한순간에 몰수당하고 쫓겨나듯 철수했다. “과거에 너무 여러 번 데였다”는 닐 맥마흔 키메리지 창업자의 발언이 업계의 속내를 대변한다.
현재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라이선스를 유일하게 보유한 셰브론조차 비공개 미팅에서 사업 확대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단순한 구두 약속이 아니라, 자산 몰수나 정권 교체 시에도 손실을 보전해 줄 수 있는 ‘미 정부 차원의 공식 재정 보증’을 원하고 있다.
오는 9일 백악관에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석유 대기업 경영진 간의 담판에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