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고위 간부 ‘계엄 살생부’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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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고위 간부 ‘계엄 살생부’ 현실화?
헌법존중TF, 감찰 16일 종료 선관위 경력 투입 지시 총경급 정년퇴임 앞두고 ‘정직 3개월’ 일각 “상부에 재고 건의했는데 지휘라인 이유로 묻지마 책임” 일선 ‘무더기 징계’ 우려 목소리 경찰청은 “과도한 해석” 선긋기
공직자들의 12·3 비상계엄 가담 여부를 조사하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의 경찰 대상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경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최근 퇴임을 앞둔 총경급 간부에게 중징계가 내려진 사실이 확인되면서, 당시 지휘라인에 있던 총경 이상 고위 간부들에 대한 ‘무더기 징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헌법존중TF는 현재까지 경찰 61명에 대해 감찰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직급별로는 치안정감 2명, 치안감 5명, 경무관 8명, 총경 13명, 경정 33명 등이다. 이미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4명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서대문구 경찰청에 게양된 경찰청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뉴스1 TF는 오는 16일 경찰 등 전체 공무원에 대한 조사를 종료한다. 이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대상자들에 대한 징계, 승진취소 등 후속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계엄 당시 수원서부서장이었던 김모 전 총경은 지난달 이미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총경은 지난해 12월31일자로 정년퇴임을 앞둔 상태에서 징계가 확정됐다. 퇴임을 앞둔 간부에게 중징계가 내려졌다는 점에서 경찰 내부에서는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 전 총경은 ‘우발상황 대비’를 이유로 내부 상급 기관의 지시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수원에 경력을 투입했다는 사유로 징계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남부 지역 일선 경찰서장들 역시 같은 이유로 TF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미 내부에선 계엄 당시 국회와 선관위 등에 경력을 투입한 서울청과 경기남부청 소속 총경 이상은 전원 중징계한다는 말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일부 조사 대상자들 사이에서는 “당시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 나간 직원들이 대부분인데 억울하다”, “당시 개별 상황과 판단의 맥락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채, 지휘라인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묻고 있다”는 등 반발도 나온다. 계엄 당일 경력 출동이나 국회 통제와 관련해 상부에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재고를 건의했음에도, 최종 지시를 이행했다는 사정만으로 조사 대상에 포함된 사례도 적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 조사 대상자는 ‘왜 답을 정해놓고 수사하느냐’며 조사관과 언쟁을 벌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상당수는 중징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미 변호사 선임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조사 대상자는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조사받는 느낌이었다”며 “윗선 지시에 따르면 내란가담으로, 따르지 않으면 직무태만이라는 잣대로 개개인의 책임을 묻는다면 누가 현장에서 책임 있는 판단을 하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과도한 해석’이라며 선을 그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비상계엄 현장에 동원됐다는 이유만으로 징계대상이 된다는 얘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하위직은 대상 자체가 아니고 지휘라인에 대해서만 조사하지만 이것이 징계로 논의되는 단계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아름·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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