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발말똥게는 사각게과에 속하는 작은 게로, 집게발과 등딱지의 붉은색, 몸에서 풍기는 특유의 말똥 냄새 때문에 붉은발말똥게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들은 하천과 맞닿아 있는 갯벌이나 하구 습지를 터전으로 삼으며, 얕은 굴을 파거나 바위틈에 은신처를 만들어 생활한다. 주로 낙엽이나 해조류 조각처럼 썩어가는 섬유질 또는 작은 생물의 사체 등을 먹이로 삼아 습지의 유기물을 분해하고 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철새와 어류의 먹이가 되어 하구 생태계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붉은발말똥게는 도둑게와 생김새와 생활환경이 비슷해 혼동되기도 한다. 하지만 옆 가장자리의 ‘이’ 배열을 보면 둘의 차이가 분명하다. 도둑게는 눈 뒤에 이가 하나만 있지만, 붉은발말똥게는 그 뒤 뚜렷한 이가 하나 더 있다. 한때 붉은발말똥게는 하구 습지의 갈대밭 주변에서 비교적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하구 정비와 매립, 습지 훼손이 이어지면서 살 곳이 줄어들었고, 개체수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그 결과 현재는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해 보호하는 종이 되었다.
붉은발말똥게의 삶은 하구 습지와 깊이 연결돼 있다. 먹이를 얻고 몸을 숨기며 번식하는 공간 대부분이 이곳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이 다시 늘어나기 위해서는 인공증식이나 방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하구 습지를 제대로 지키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붉은발말똥게가 살아가는 하구 습지는 다양한 생물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공간이자 수질 정화와 재해 완화 등 우리 삶에도 많은 도움을 주는 곳이다. 이처럼 풍요로운 공간을 다음 세대와 함께 나누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에 가깝다. 하구 습지가 온전히 건강하게 보전될 때 붉은발말똥게 역시 다시 우리 곁의 평범한 이웃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김보미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