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동막골’, ‘박수칠 때 떠나라’ 등의 장진 작가·감독이 10년만의 연극 신작 ‘불란서 금고: 북벽에 오를 자 누구더냐’를 공연한다. 연극과 영화를 자유롭게 오가는 재능많은 장진이 2015년 처음 선보인 ‘꽃의 비밀’ 후 10년만에 집필·연출하는 작품이다. 작품 배경은 은행 건물 지하다. '밤 12시, 모든 전기가 나가면 우린 금고를 연다'는 단 하나의 규칙 아래 다섯 명이 모이며 계획은 시작된다. 서로의 이름도, 과거도 모른 채 진행되는 이 작전은 결국 균열을 드러내고, 각자의 계산과 욕망이 맞물리며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장진 특유의 리듬감 있는 대사와 정확한 타이밍은 스릴러의 긴장 속에서도 웃음을 만들어낸다.
부제 ‘북벽에 오를 자 누구더냐’는 극 중 등장하는 ‘북벽 장춘’이라는 우화에서 비롯된다. “북벽에 오른 자가 모든 것을 차지한다”는 이 이야기는 인물들의 욕망을 상징한다. 제한된 공간과 단순한 조건 속에서 인물들의 목적과 선택이 교차하고, 각자가 생각한 ‘북벽’이 실은 서로 다르다는 것이 드러난다. 장진은 이 우화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디까지 오르려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함께 공개된 포스터는 강렬한 붉은색 배경으로 작품의 에너지와 인물들의 욕망을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금고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은 정전 직전의 순간을 상징하며, 모든 선택이 드러나기 직전의 긴박한 상황을 예고한다.
장진 연출은 10년 만에 신작을 집필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속 신구 배우가 보여준 압도적인 존재감을 꼽았다. 말보다 존재와 호흡만으로 무대를 가득 채우는 거장의 연기에 깊은 영감을 받아, 배우들의 앙상블과 관계의 힘이 극대화된 작품을 다시 쓰고 싶어졌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욕망 앞에서 흔들리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웃음을 터뜨리는 인간의 모습이 세대를 넘어 공감될 수 있을 것이라며, 공연장에서 전 세대가 함께 웃을 수 있는 연극이 되기를 바란다는 소회를 전했다. 서울 대학로 NOL 서경스퀘어 스콘 1관에서 3월 7일부터 5월 31일까지.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