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결심공판이 9일 열렸으나 마무리되지 못했다. 피고인 측의 서증조사가 예상보다 길어지며 ‘본론’격인 내란 특별검사팀(특검 조은석)의 구형과 윤 전 대통령의 최후 진술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13일 한 차례 더 공판을 열고 변론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9일 오전 9시20분부터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과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 군·경 수뇌부 7명의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재판부는 당초 이날 피고인 측으로부터 서증조사 의견과 최후 변론을 청취한 뒤 특검팀의 구형과 피고인별 최종 진술 절차를 진행하고 변론을 마무리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피고인 측의 서증조사 절차가 지연되며 결국 13일 추가 기일을 잡아 결심 절차를 마저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점심식사를 위한 휴정 시간 등을 제외하면 김 전 장관 측에서만 8시간40분가량 서증조사를 진행했다. 오전 9시36분경 김 전 장관 변호인 이하상 변호사를 시작으로 차례로 유승수·김지미 변호사가 오후 5시40분경까지 서증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조 전 청장 측 노종환 변호사가 오후 5시47분부터 6시29분경까지 약 42분간 서증조사를 진행했다. 이어 윤승영 전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 측이 서증조사를 마친 뒤 오후 8시부터 다시 김 전 장관 측 권우현 변호사가 조사를 재개해 오후 10시24분경까지 발언했다.
서증조사는 검찰이 피고인의 혐의 입증을 위해 증거로 신청한 서류 중 증거능력에 다툼이 없어 채택된 증거를 법정에서 공개하고 입증 취지를 설명하는 절차다. 보통 간략히 요지만 확인하고 끝내지만 이날 김 전 장관 측은 300∼400쪽에 이르는 서류를 준비해 와 이례적으로 장시간 서증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법정판 필리버스터’란 지적이 나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관련자 8명이 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김 전 장관을 비롯한 군·경 수뇌부 7명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등 사건의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윤 전 대통령 측도 특검이 최근 공소장을 변경하며 서증조사 분량이 늘어 서증조사 및 최후 변론에 6시간 이상을 사용하겠다고 밝힌 상황. 나머지 피고인들의 서증조사 및 최후변론까지 감안하면 자정을 넘긴 10일 새벽에야 결심 절차가 끝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재판부는 추가 기일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8명의 피고인 모두 다시 한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를 들어 이날 재판을 마무리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측에서 “중요한 변론을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하자 재판부는 노 전 사령관과 김용군 전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대령) 측 서증조사 및 변론 절차까지 진행한 뒤 이날 공판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이 진행되는 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이 다음주 유일하게 비는 날인 13일을 추가 기일로 지정했다. 재판부는 “다음에는 무조건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13일 추가 공판도 이날 재판과 마찬가지로 장시간 진행될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의 서증조사와 최후 변론, 피고인 8인 각각의 최종 진술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재판이 장시간 진행되며 윤 전 대통령, 투병 중인 조 전 청장 등 피고인들은 물론 변호인들은 이따금씩 고개를 숙이고 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는 특검 측과 피고인 8명, 변호인단에게 “잠깐 나가서 바람 쐬셔도 뭐라 하지 않겠다”며 이례적으로 재판 개정 중 외출을 허용하기도 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오후 5시46분경 교도관과 함께 법정 바깥 피고인 대기실로 이동해 20여분간 휴식을 취한 뒤 돌아오기도 했다.
홍윤지 기자 h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