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 日 중의원 해산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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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검’ 日 중의원 해산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일본 헌법상 중의원(衆議院·하원에 해당) 의원의 임기는 4년이다. 따라서 총선거도 4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역대 중의원 임기를 보면 4년을 채운 경우는 별로 없다. 실제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시절인 2012년 12월 총선으로 구성된 제46대 중의원은 불과 2년 만에 끝나고 2014년 12월 47대 중의원이 출범했다. 지금의 50대 중의원은 2024년 10월 실시된 총선의 결과물이다. 그 직전 총선은 2021년 10월 있었다. 49대 중의원 의원들에겐 임기가 3년밖에 보장되지 않은 셈이다. 이는 일본이 의원내각제 국가이기 때문이다.

일본 국회의사당 중의원 본회의장 모습. 연합뉴스 내각제 국가의 가장 큰 특징은 의회 과반 다수당이 총리와 장관 등 정부를 구성한다는 점이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과 입법부 구성원인 의회 의원이 모두 국민의 직접 선거로 뽑히는 대통령제와 달리 내각제는 의회 의원들이 행정부 수반인 총리를 결정하는 구조다. 자연히 의회에 확고한 과반 다수파가 없다면 총리 선출부터 장벽에 부딪혀 정부를 세우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 내각제 국가는 헌법에 총리의 의회 해산권을 규정한다. 조기 총선을 통해 새 의회를 구성함으로써 과반 다수당 출현을 가능하게 하려는 의도다.

일본의 경우 중의원에 과반 다수당이 존재하는데도 총리가 해산 카드를 꺼내드는 일이 종종 있다. 여야 의석수의 차이가 적어 과반이 무너질 가능성이 클 때 그렇게 한다. 프랑스는 기본적으로 대통령제 국가인데 헌법에 내각제 요소가 다수 포함돼 있다. 그래서 프랑스 대통령은 다른 대통령제 국가 대통령에겐 거의 없는 의회 해산권을 쥐고 있다. 2022년 총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은 제1당이 되었으나, 원내 과반 의석은 확보하지 못했다. 여소야대 의회가 사사건건 정부 발목을 잡자 마크롱은 2년 뒤인 2024년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했지만 이번에도 여소야대 국면 해소에 실패했다. 임기를 1년 4개월가량 남긴 마크롱은 요즘 국내 정치에선 ‘식물 대통령’이나 다름없는 신세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세계일보 자료사진 일본 언론이 10일 오는 2월 중의원 조기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2024년 10월 출범해 이제 겨우 1년 2개월쯤 일한 50대 중의원을 해산하겠다는 뜻이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 입장에서는 여당인 자민당이 단독으로 원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해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을 타개하고 싶을 것이다. 내각제 국가의 총리한테 의회 해산권은 가장 막강한 권한이 아닐 수 없다. 시의 적절하게 행사하면 여당 의석을 대폭 늘리며 권력 기반을 한층 공고히 다질 수 있다. 하지만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에도 불구하고 여당 의석수가 전과 다름없거나 심지어 여소야대가 된다면 정권은 심각한 위기를 맞는다. ‘양날의 검(劍)’과 같은 중의원 해산 카드가 다카이치에겐 과연 어느 쪽으로 작용할 것인지 궁금하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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