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중심가에서 차로 10~20분 거리 떨어진 '아로요(Arroyo)' 쇼핑 지구에 위치한 '베스트바이(Best Buy)' 가전 매장을 찾았다. 축구장 절반 정도 크기의 대형 매장에 들어서자 다양한 브랜드의 가전·TV 제품들이 빼곡했다. 가전 제품 공간의 맨 앞줄 중심에는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AI 콤보', '비스포크 AI 벤트 콤보(Vented Combo)' 세탁건조기와 미국에서 여전히 수요가 큰 '톱 로드(top load)' 형태의 '비스포크 AI 세탁기' 제품이 나란히 진열돼 있었다.
베스트바이는 미국에 1000개 안팎의 매장을 둔 대표적인 가전·IT 전문 유통 체인으로, 최신 기술과 프리미엄 가전에 특화된 전시 공간을 갖춘 곳이다. 특히 글로벌 전자업체들이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6'에서 발표한 신제품들을 우선 진열해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는 '테스트베드' 역할도 한다.
삼성전자 브랜드 쇼룸은 베스트바이와 전략적으로 협력해 운영하는 '숍 인 숍(shop in shop)' 형태의 전용 공간이다. 기기 연결 플랫폼 스마트싱스 인수 이듬해인 2015년부터 운영해왔다. 현재 미국 기술 중심지인 샌프란시스코, 댈러스, 휴스턴 등 각지 베스트바이 매장에 150여 개의 삼성 브랜드 쇼룸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평균적으로 다른 지역 대비 주거공간이 넓고, 외식보다 직접 요리를 하는 것을 선호하는 등 가족 중심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대용량 ▲강력한 성능 ▲오래 쓰는 내구성이 중요한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또 비교적 긴 가전 제품 보급의 역사로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입증돼야 구매로 이어지는 등 성숙도가 높은 시장으로 여겨진다.
美 매장서도 'AI 가전' 스마트싱스 확산 중
이곳 라스베이거스 매장의 쇼룸에는 9형·32형 패밀리허브 냉장고, 미국 시장에 특화한 슬라인드 인 레인지와 더블 오븐, 세탁·건조기 제품들이 들어서 있다. 이 제품들은 스크린을 탑재하고 카메라로 식재료·음식을 인식하거나, 음성(보이스)으로 기능을 제어하는 기능 등도 갖췄다. 고객들은 이 매장에서 패밀리허브와 조리기기, 세탁건조기 스크린을 각각 활용해 AI(인공지능) 기능과 스마트싱스 연결의 편의성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브랜드 쇼룸 바로 옆에는 베스트바이 전문 컨설턴트들이 상주하는 컨설팅 공간이 있다. 직원인 그레이스 살라스(Grace Salas)씨는 "예전에는 AI 가전을 사용하기 까다롭거나 어려운 제품으로 인식하는 고객들이 많았는데, 요즘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확실히 AI에 대해 익숙하다"며 "새로운 AI 기능에 대해 묻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내 스마트싱스 이용자는 지난해 12월 기준 8100만여명으로, 전년 대비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가장 사용 빈도가 높은 서비스는 스마트싱스 에너지로, 지난 1년 간 미국에서 합계 1.6기가와트시(GWh)에 달하는 에너지 절감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지 특성 연구, 잘 팔리는 美전용 제품
삼성전자는 현지 특성을 반영해 미국 소비자에게 적합한 제품을 별도 출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미국 주택 구조 특성을 반영한 벤트 타임 '비스포크 AI 콤보' 세탁건조기를 출시했다. 데이먼 엑스탐(Damon Ekstam) 삼성전자 미국법인 소비자가전(CE)부문 시니어 매니저는 "전체 미국 가정의 80% 이상이 단독주택"이라며 "세탁기와 건조기를 나란히 두 대를 놓고 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올해 미국에서 전체 '비스포크 AI 콤보' 판매량은 전년 대비 70% 이상 성장세를 기록했다. 아울러 일체형 세탁건조기 부문의 삼성전자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섰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에너지 전기 요금이 각 도시별로 다르기 때문에 'AI 세탁 기능'을 활용해 전기 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고 현지 관계자는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베스트바이와 협업해 2003년에 삼성 최초의 스크린 냉장고 제품인 '홈패드(HomePAD) 냉장고'를 미국에 출시한 바 있다. 가족과 식탁에 앉아 많은 시간을 보내는 미국 가정 문화를 고려해 엔터테인먼트 기능과 가족 간 정보를 공유하는 기능 등 허브 역할을 하는 냉장고를 선보인 사례다.
"가성비보단 신뢰, 美 시장 성장 잠재력"
삼성전자는 올해 더욱 적극적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마이클 맥더못 삼성전자 미국법인 CE부문 부사장은 현장에서 "올해 2분기 조리기기 신규 라인업을 시장에 도입할 예정"이라며 "미국에서 스테인리스 마감제가 소비자에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마감 수준을 한층 높인 라인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만이 벤트 타입 콤보 제품을 가지고 있고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까지 미미하기 때문에 많은 성장 잠재력을 기대한다"며 "프로모션 할인 혜택, 연결 경험 등을 더욱 확대해가면서 올해 비즈니스를 운영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로봇청소기와 관련해 오염물 인식, 장애물 회피 등 AI 기능이 강화된 신제품을 올해 하반기 미국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 있다고도 했다.
미국 내 브랜드 차별화에 대해선 "미국 시장 내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인지도와 입지를 확고하게 구축하고 있다"며 "내구성, 신뢰성, 품질 등에서의 경쟁력을 계속해서 강화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품 보증 혜택,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을 통해 신뢰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중국 경쟁사 등 글로벌 경쟁 상황에 대해선 "보통 가전 제품은 한 번 사용하면 10년 이상 쓴다. 그러니까 믿을 수 없는 브랜드를, 그게 아무리 싸더라도 단순히 구입하기보다는 좀 더 믿을 수 있는 브랜드를 구입하려는 성향이 분명히 미국에 있다"며 "가격보다는 용량, 기능에 소비자들이 더 관심이 많다"고 강조했다.
미국(라스베이거스)=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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