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에 쌓인 철강 제품. [사진=연합뉴스]석유화학과 철강 등 국내 주력 산업의 과잉공급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율적 구조조정 방식에서 벗어나 정부 주도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막연한 낙관론에 따른 '버티기' 전략에 따른 죄수의 딜레마가 빚어지는 만큼 정부 주도의 신산업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산업연구원(KIET)는 11일 '주력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신산업정책의 필요성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보고서를 통해 "주력산업의 과잉공급 문제에 대해 민간 자율에만 맡겨둘 수 없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신산업정책 전환이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KIET는 석유화학, 철강, 배터리 등 주력산업이 생산능력 확대 속 가동률 급락이라는 전형적인 '구조적 과잉공급'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대규모 증설 등으로 이미 예견된 위험이었지만 기업 차원의 선제적 대응책이 미비했다는 의미다.
또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확대를 기대하며 버티기 전략에 나서면서 선제 대응에 나설 시점을 놓쳤다고 내다봤다. 서로 눈치만 모느라 누구도 나서지 못하는 전형적인 '죄수의 딜레마'에 빠졌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기업이 구조조정안을 가져오면 지원하는 '선(先) 민간 자구노력, 후(後) 정부 지원' 원칙에 기반해 과잉공급 국면을 타개하는 데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높은 규제 불확실성 역시 기업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제약하는 요인 중 하나다. 설비 감축과 통폐합 등을 위해서는 경쟁 민감정보의 교환이 불가피하지만 현행 공정거래법상 이러한 정보 교환이 담합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 획정 역시 범위가 불분명해 예측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 기업의 자발적 구조조정에 기대기는 어렵다.
특히 규제 패러다임을 '내수·가격' 중심에서 '글로벌 경쟁·경제안보'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장획정·경쟁제한성 심사 시 단순한 가격·수입대체 가능성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 보호, 공급망 안정 등의 요소를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다. 또 과거 요소수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공급망 유지와 고부가가치 산업 전환을 지원하는 전략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IET는 정부 주도성 강화를 통한 '선제적 사업재편'을 활성화하고 산업·경쟁 정책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정부가 기존의 소극적인 사후승인 방식에서 탈피해 선제적으로 사업재편 대상을 발굴해 참여를 권고하는 '능동적 지원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경제안보 관점에서 지원체계를 신속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박성근 KIET 선임연구위원은 "기존의 나열식 지원을 맞춤형으로 고도화하고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제도와 연계해 지역경제 충격을 최소화하는 산업·지역 안전망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경쟁제한성 판단 가이드라인을 명문화하고 사전 심사제 활성화를 통해 규제 예측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주경제=김성서 기자 biblekim@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