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목표서 사라진 ‘금연’ 결심”…전자담배가 만든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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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목표서 사라진 ‘금연’ 결심”…전자담배가 만든 착각?
금연은 금주, 운동과 함께 새해 다짐으로 등장하는 ‘단골 목표’다. 하지만 이른 시일 안에 담배를 끊겠다고 결심하는 흡연자는 20년 사이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전자담배 이용자가 늘고 있는데다 강력한 흡연 규제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 흡연부스에서 시민들이 흡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11일 질병관리청의 2024년 국민건강통계를 보면 19세 이상 ‘현재흡연자’(궐련형일반담배를 피우는 사람) 가운데 한 달 안에 금연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12.7%로 전년(13.1%) 대비 0.4%포인트(p) 낮아졌다. 2005년 11.0%를 기록한 이후 거의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1개월 내 금연계획률은 담뱃값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됐던 2015년 25.5%를 기록한 뒤 내리 9년간 내리막을 걷고 있다.

성별로 보면 남성 흡연자의 1개월 내 금연계획률이 12.4%로 2023년(13.5%) 대비 1.1%p 하락한 반면, 여성 흡연자의 금연계획률은 15.0%로 전년(10.7%) 대비 4.3%p 상승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30∼39세가 9.4%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며 2001년(7.7%) 이후 처음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40대(11.2%), 60대(13.2%), 50대(14.4%)가 뒤를 이었고, 19∼29세의 1개월 내 금연계획률은 16.3%로 모든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20년 전인 2005년 조사 당시 30대(12.0%)와 40대(12.8%)의 금연계획률이 19∼29세(10.0%)나 50대(10.3%)보다 높았던 것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한국금연학회 회장인 김열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는 “20대는 상대적으로 담배를 오래 피우지 않은 시기이고, 이성을 만나거나 취업을 하는 환경이 흡연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며 “하지만 30대를 넘어가면 사회생활 스트레스 등으로 담배를 계속 피우다가 나이가 들거나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 끊을 결심을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흡연자 가운데 ‘지난 1년간 24시간 이상’ 실제 금연을 시도해봤다는 이들의 비율은 47.8%로 전년(48.1%) 대비 소폭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흡연율 자체가 하락하는 점이나 전자담배를 이용자가 늘어난 점 등도 금연계획률에 영향을 미치지만, 흡연자가 금연을 결심할 ‘사회적 계기’가 부족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강력한 흡연 규제가 없었던 것이 금연 결심에 힘을 싣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김열 교수는 “2015년 담뱃값이 4500원으로 오르면서 (흡연자층에서) 충격이 있었고 이후 금연약 처방 지원과 경고 그림 도입 등이 이어졌지만, 최근에는 정책적 압력이 없고 담뱃값이 정체된 상태에서 물가가 올라 상대적으로 담배 소비의 벽이 낮아졌다”며 “반복된 생활 습관을 바꿀 새로운 계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흡연은 암, 심혈관질환, 만성폐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담배 연기에는 니코틴, 타르, 일산화탄소 등 수천 가지 유해 물질이 포함돼 있다. 다수는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염증 반응을 유발해 고혈압과 동맥경화 위험을 높이고, 뇌졸중과 심근경색 발생 가능성도 증가시킨다.

간접흡연도 폐암과 두경부암, 자궁경부암 등 각종 암은 물론 허혈성 심질환과 뇌졸중, 만성폐쇄성폐질환, 우울증 등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흡연은 호흡기 질환에 국한되지 않고 전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라며 “특히 심혈관계와 대사 기능을 악화시켜 만성질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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