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격으로 민간인이 사망한 사건 이후 반이민 단속에 대한 항의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총격 사건을 계기로 ICE의 강압적 단속 방식과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 전반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는 모습이다.
10일(현지시간)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브라이언 오하라 미니애폴리스 경찰국장은 전날 밤 약 1000명의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해 29명이 체포됐다가 석방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지난 7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 단속 작전 중이던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이 미국 시민인 르네 니콜 굿(37)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하면서 촉발됐다.
오하라 국장은 시위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얼음과 눈, 돌 등을 던졌고 경찰관 1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시위는 미니애폴리스를 넘어 텍사스·캔자스·뉴멕시코·오하이오·플로리다 등 미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시민단체 ‘인디비저블’은 ‘ICE 퇴출’을 구호로 내건 동시다발 시위를 예고했다.
민주당 소속 미네소타 정치인들은 강경한 이민 단속 기조를 비판하면서도 평화 시위를 촉구했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소셜미디어에 "트럼프는 수천 명의 무장 요원을 우리 주에 투입했고 그들이 사람을 죽이는 데는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공포와 갈등을 유도하도록 설계된 트럼프식 통치의 결과라면서 "이제 그는 혼란이 그 끔찍한 행동을 덮기를 바라고 있다"며 "그가 원하는 걸 주지 말라"고 당부했다.
제이컵 프라이 미니애폴리스 시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군중을 선동하는 행위에 대해 "그것이 바로 트럼프가 원하는 바"라며 "그는 우리가 '미끼'를 물기를 바라고 있다"며 충돌 자제를 당부했다.
총격 사건의 여파는 연방정부와 미네소타주 간의 정치적 충돌로도 번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미네소타주에 저소득층 식비 지원 프로그램을 포함한 농무부 예산 지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브룩 롤린스 미 농무부 장관은 9일 사회복지 프로그램 전반에 제기된 사기 의혹을 이유로 미네소타주와 미니애폴리스시에 대한 연방 지원금 1억2900만달러(약 1800억원)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조치가 ICE 항의 시위가 격화하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ICE에 대한 대중 인식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총격 사건 당일 미국 성인 26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고브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52%가 ‘ICE의 업무 수행 방식에 찬성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반대한다'고 답했고, 39%는 '찬성한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약 40%가 '매우 반대'하고, 약 12%가 '다소 반대'했다.
정당별로는 인식 격차가 극명했다. 공화당 지지자의 80%는 ICE를 지지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의 85%는 반대 입장을 보였다. 무소속 유권자 사이에서도 반대 의견(56%)이 찬성(27%)을 크게 웃돌았다. ICE 시위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44%가 찬성했고, 42%가 반대했다.
총격의 정당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목격자들은 총격 피해자가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반면, ICE 측은 요원이 자기방어 차원에서 발포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ICE 요원이 차량 공격을 받아 자기방어로 총을 쐈다”며 “급진 좌파가 법 집행관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한 오마 하원의원(미네소타주·민주당)은 “연방 요원이 판사·배심원·사형집행인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현재 수사는 연방수사국(FBI)이 주도하고 있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미네소타주가 "이 조사에 대한 관할권이 없다"고 밝히며, 사건이 FBI 차원에서 수사되는 것을 강조했다. 이에 미네소타주 정부는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아주경제=이은별 기자 star@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