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지연 전략에 구형 연기… 소송지휘 한계 드러낸 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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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지연 전략에 구형 연기… 소송지휘 한계 드러낸 법정
尹 내란 재판 지연 논란 김용현 측 서증조사 9시간 육박 특검팀 겨냥 인신공격성 발언에 “혀가 짧아서” 변론 질질 끌기도 재판부 “다음엔 끝내” 밝혔지만 尹 측 ‘침대변론’ 예고 변수 될 듯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재판의 결심공판이 이례적으로 지연되면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단의 일명 ‘침대 변론’과 재판부의 안일한 소송지휘가 동시에 비판받고 있다. 김 전 장관 측이 서증조사를 지나치게 길게 진행하면서 재판부가 예정된 날 변론을 종결하지 못하자 책임론이 일고 있는 것이다. 재판부는 13일 추가기일을 열어 재판 절차를 종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윤 전 대통령 측도 장시간 서증조사를 예고하면서 내란 특별검사팀(특검 조은석)의 구형이 나오기까지 재판 지연이 되풀이될 것이란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김용현과 출석한 尹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 출석해 있다. 이날 재판에선 변호인 최종변론과 특별검사팀의 구형, 피고인 최후진술 등 결심절차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재판이 길어지면서 13일 결심공판기일이 추가로 잡혔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 등의 내란 재판 결심공판에서 김 전 장관 측의 장시간 서증조사가 ‘재판 방해’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서증조사는 채택된 증거를 법정에서 공개하고 입증 취지를 밝히는 절차로 통상 간략히 요지만 설명한다. 그러나 김 전 장관 측은 당시 300∼400쪽에 이르는 서류를 가지고 8시간40분가량 서증조사를 진행했다.

재판부가 김 전 장관 측의 발언이 이어지던 오후 4시14분 “다른 피고인들을 고려해 5시까지 끝내는 게 어떠냐”고 묻기도 했으나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이 나서 “특검은 (7일 공판에서) 서증조사를 7시간반 동안 했으니 모든 피고인이 7시간반씩 할 권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에 “시간 제한을 두려는 건 아니었다”며 발언을 제재하지 않았다.

특히 김 전 장관 측 발언 중에는 공소사실과 무관하거나 중복되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은 변론 서두에 “나이 어린 검사들이 아무런 호칭 없이 ‘윤석열’이라 부르다가 거듭 항의하니 그제야 양보하는 체했다”며 호칭을 문제 삼는가 하면, “검사들은 비상계엄이 내란이냐는 주장을 스스로 생각해 낼 수준이 안 된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권력을 빼앗으려는 사람들로부터 보급된 생각을 이식받았을 뿐” 등 특검팀을 향한 인신공격성 발언을 던지기도 했다. 변론이 길어지자 특검 측이 “읽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빠른 진행을 요구했지만 김 전 장관 측 권우현 변호사가 “제가 혀가 짧아 빨리하면 혀가 꼬인다”고 답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의 불필요한 발언을 단호하게 끊지 못한 재판부의 소송지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발언 기회를 충분히 주는 것이 그동안 재판부의 스타일이었지만 특검의 구형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컸던 만큼 재판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도 있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결심공판이 밤늦게까지 이어지자 재판부는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이 비는 13일로 추가 기일을 잡아 결심 절차를 마저 진행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다음에는 무조건 끝내야 한다”며 더 이상 지연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새로 잡힌 기일에도 재판이 장시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 기일에는 윤 전 대통령 측의 서증조사와 특검팀 구형이 이뤄진 후 피고인 8인(윤 전 대통령과 군·경 수뇌부) 각각의 최후진술 등이 진행된다. 이미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이 최근 공소장을 변경하면서 서증조사 분량이 늘어 서증조사와 최후변론에 6시간 이상을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 역시 구형 의견에 2~3시간이 소요된다고 밝힌 바 있어 재판은 저녁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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